통한의 패착이 된 흑 ○부터 다시 본다. 이곳의 몇 수가 승부를 갈랐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흑은 참고1도 1부터 둔 뒤 3에 붙여야 했다. 7까지 교환되면 백은 8로 보강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때 흑 9, 11의 끝내기를 서둘렀으면 미세하나마 형세가 좋았다. 참고1도는 흑 A에 밀고 들어가는 맛(흑 B의 이음이 선수여서 백 C로 연결할 때 흑 D에 끼워 끊자고 하는 노림)과 흑 E에 붙이는 즐거움이 남았다.
백 142가 왜 기가 막힌 묘수인가? 144, 146으로 틀어막아 흑이 참고1도 2에 뻗는 수를 없앴다. 이때도 흑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147에 꽉 이었는데, 미련이었다. 참고2도 백 1을 당해도 흑 2 이하 6의 수단이 있다고 확신한 나머지 손해를 감수한 것인데 이 또한 실전 백 150을 생각지 못한 불찰이었다. 참고2도 A의 곳에 백돌이 있으면 이제는 흑 4가 선수가 되지 않는다. 5로 나가 끊어도 백 B로 나오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흑 147은 ‘가’에 두고 백 ‘나’ 때 154로 넣느니만 못했다. 박복한 놈은 떡 목판에 넘어져도 이마를 다친다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도 손해만 보았으니 어찌 허탈하지 않으랴.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