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망
작년 웬만한 악재는 다 겪어 안정세 기대
펀드 대량 환매 없으면 1,580~1,800 예상
2007년 정해년 새해가 밝았다.
이 무렵이면 각 증권사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새해 증시 전망을 내놓는다. 전망이 틀려 비판을 받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전문가의 예측을 토대로 한 해 투자계획을 세운다.
이들이 내놓는 한 해 전망은 한국 경제와 기업의 변수를 최대한 추려 내고 이를 기반으로 증시의 큰 줄기를 예측하는 것이다.
설혹 이 예상이 틀린다 해도 미리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증시 흐름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미리 파악해 둔다면 설혹 전망이 빗나가더라도 상황 변화에 따른 재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새해 증시는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이 많아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올해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각 증권사의 올해 코스피지수 최고 예상치는 1,580(현대증권)∼1,800(부국증권)선이다.
하지만 지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전망의 근거다. 증권사들은 매년 새해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단순히 지수 전망 수치만 보는 것보다는 논리적 근거가 타당한지를 점검하는 것이 유용할 때가 많다.
다양한 논거를 대고 있지만 사실 전문가들의 올해 전망의 초점은 한국 증시의 ‘내구력’에 모아져 있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악재의 홍수 속에서 고군분투했다. 원화 가치와 유가가 모두 급등했고 북한 핵사태가 불거졌다.
외국인은 11조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고 이 탓에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이 죽을 쒔다. 주식과 자주 비교되는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이 컸다.
이런 악재더미에서도 지난해 국내 증시는 소폭이나마 오름세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쏟아 낸 매물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소화했다. 그만큼 국내 증시의 내구력이 강해진 것이다.
결국 올해 증시 주변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나올 만한 악재는 다 경험했으니 증시가 안정세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즉 △환율과 유가가 안정되면서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IT 관련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보이고 △외국인 매도 강도가 약해지거나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으로 돌아설 것 등의 예상은 모두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나빠질 게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펀드 환매 여부가 예상되는 악재
하지만 우려되는 악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펀드의 대량 환매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많은 개인투자자가 2004년부터 3년 만기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이 펀드가 대충 올해 3월부터 만기를 맞는다. 올해 만기를 맞는 적립식 펀드 규모가 약 4조7000억 원이나 된다. 과연 투자자들이 이 돈을 대량으로 환매하느냐, 아니면 재투자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까지 전문가들은 대량 환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실제 환매가 어떤 규모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증시 방향이 바뀔 수도 있는 변수여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북핵문제, 소비침체, 부동산 거품 붕괴 등 국내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주목해야 할 악재이자 변수다.
대부분 한두 번 겪은 악재이긴 하지만 그 강도가 예상 외로 강하게 나타난다면 증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금융시장 전망
콜금리 인상 계속돼 소비심리 위축 우려
환율 하락세도 지속 예상… 수출기업 울상
올해도 시중금리 상승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오르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업체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투자가 늘고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 않으면 올해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금리 올라 이자 부담 커질 듯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이 풀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진 만큼 통화 당국이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콜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소득보다 가계대출이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해 가계발(發) 금융위기가 현실화되면 통화 당국이 ‘돈줄 죄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불안과 물가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리인상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며 “6∼8월에 현재 4.5%인 콜금리가 5%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정책금리인 콜금리가 오르지 않더라도 시장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은행의 예금 지급준비율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준율이 오른 만큼 한은에 더 많은 돈을 맡겨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현금 마련을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를 새로 발행하거나, 보유 중인 CD를 팔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 CD가 쏟아져 나와 CD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또 CD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각종 대출금리도 함께 인상된다. 결국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하준경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내년 금리는 대체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경기가 좋아지면 장기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움직임도 관심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환율 전망기관들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이 910∼929원 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평균 환율(955.6원)보다 2.8∼4.8% 낮은 수준이다.
환율 전문가들은 미국에 비해 유럽과 일본의 경제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미국 달러화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점을 환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는 반면 유럽 중앙은행(ECB)과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어 달러화의 상대적 약세를 예상하기도 한다.
또 한국 기업들이 수출 호조로 늘어난 달러 보유물량을 원화로 환전하면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어서 환율이 더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에서는 평균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원-엔 환율이 정상 수준 이상으로 많이 떨어진 데다 올해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원화 못지않은 강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 푸르덴셜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는 반면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이 수혜를 보는 장단점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