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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 제조법’ 나라마다 원료 달라…EU도 갸우뚱

입력 | 2006-12-15 02:58:00


무색, 무취, 무미의 대표적인 증류주 보드카의 주원료는 무엇일까. 답은 물과 알코올(에탄올). 간단하다.

그렇다면 그 알코올은 무엇으로 만들까. 그 답은 간단하지 않다.

폴란드에선 호밀과 감자, 핀란드에선 보리, 러시아에선 밀, 독일에선 옥수수와 사탕무, 남부 유럽에선 감귤류 과일과 포도로 보드카를 만들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보드카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기사 제목도 ‘유럽의 보드카 대전(大戰)’이다.

특히 폴란드와 라트비아 등 유럽연합(EU) 신규 멤버들은 “보드카가 정확히 무엇이며 그 제조법은 어때야 하는지 규정해 달라”고 EU 집행위원회에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이들 국가의 보드카 생산업자들이 영국과 독일의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

최근 들어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에서도 보드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원료가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대목은 논쟁거리다. 감자나 곡류로 보드카를 만드는 전통적 방식보다 포도주와 설탕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leftover)로 만드는 방식이 훨씬 값싸기 때문이다.

핀란드와 폴란드는 와인 찌꺼기로 만든 보드카를 불법화하거나 적어도 보드카라는 라벨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영국 업체들은 “특정 원료를 배제하는 것은 EU 법 위반이며 생산업자들의 권리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논쟁이 확산되다 보니 세계무역기구(WTO)는 “보드카 논쟁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지 분명히 밝혀 달라”고 EU 측에 요구했다. EU는 아직 답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드카의 근원을 따져 보면 도움이 될까. 슈피겔은 보드카의 역사도 논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폴란드와 러시아는 보드카가 자기네 발명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서유럽 측에선 다른 역사적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 상인들이 15세기 보드카를 폴란드, 러시아에 술이 아닌 약(medicine)으로 소개했다는 것. 이 말이 맞다면 최초의 보드카는 포도로 만든 것이 된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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