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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야? 패싸움이야?…이슬람 ‘카바디’ 열풍

입력 | 2006-12-06 03:01:00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은 출전하지 않고 있는 생소한 종목 카바디. 인도에서 유래된 것으로 피구와 격투기를 합쳐 놓은 듯한 경기다. 2일 열린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경기 장면. 도하=연합뉴스


한국에는 낯선 종목이지만 도하 아시아경기에서의 열기는 광적이었다.

4일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홀. 일찍부터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고 경기장 안내를 맡은 진행요원들은 밀려드는 인파를 제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 경기장 반 나눠 7명이 공격수비

이토록 열광적인 경기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설다. 이 종목의 이름은 ‘카바디’. 이번 대회 39개 종목 중 체스와 함께 한국이 불참하는 두 종목 중 하나다.

이날은 카바디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최강 인도와 그 라이벌 파키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얼핏 보면 매우 단순한 경기다. 테니스 코트만 한 경기장을 반으로 나누어 공격과 수비를 한다. 한 팀은 7명으로 구성된다. 공격 선수가 상대 코트에 들어가 수비수들의 몸을 건드린 뒤 붙잡히지 않고 돌아오면 득점한다. 수비수들은 공격수를 사로잡기 위해 집단으로 공격한다.

자연 몸싸움이 많다. 경기는 순식간에 과열됐고 선수들이 멱살을 잡으며 흥분했다. 심판들은 선수들을 뜯어 말리느라 애썼다. 또 선수들은 서로 상대의 몸을 건드렸느니 아니니 하면서 옥신각신했다.

○ 수비수 건드리고 돌아오면 득점

초반에는 파키스탄의 우세. 최강 인도에 전반전을 11-9로 앞서자 파키스탄 국기를 흔드는 관중들의 함성으로 떠들썩했다.

약 2000석의 객석은 밀려드는 인파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세계 최대의 돔경기장인 이곳에서 같은 지붕 아래 있는 체조경기장과 사이클 경기장이 카바디 관중의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후반 들어 인도가 마침내 31-20으로 역전승을 거두자 경기는 절정에 올랐다.

○ 몸싸움 심해 멱살잡이 예사

인도 출신의 아마드 코야(54) 씨는 부인과 아들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카바디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늘은 파키스탄전이라 꼭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매우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중은 인도인과 파키스탄인 외에도 전통 아랍 복장을 한 사람과 영국인 미국인들도 다수 섞여 있었고 일본인도 있었다. 알고 보면 나름대로의 흡인력이 있는 듯했다. 인도에서 온 산토스 쿠마르(30) 씨는 “카바디는 아무런 장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매우 창의적이다. 이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도하=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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