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가 조류 인플루엔자(AI)의 매개체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29일 충남 서산시청에서 서산시 주최로 열린 'AI 국제심포지엄'에서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세계적인 습지보전단체인 웨트랜드 인터내셔널의 태지 문커 남아시아프로그램 전략코디네이터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야생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없다"며 "철새가 AI의 매개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지난해 8월 이후 774개의 야생조류 분비물 등을 검사한 결과 죽은 새 일부에서만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의 7만5000~10만 마리 살아있는 야생조류 검사에서도 바이러스가 양성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문커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를 이동시키거나 야생조류를 밀거래하는 행위가 바이러스 확산의 더 큰 이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 영 세계야생동물기금(WWF) 홍콩 마이포 자연보전구역 매니저는 "미생물학자들은 야생조류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3일가량이 지나면 날 수 없고 5일 이내에 죽는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조류는 장거리를 이동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조류질병과 김용주 수의연구관은 "AI의 장거리 전파 주요인으로 철새 등 야생조류를 꼽는 외국의 연구결과는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로 환경단체들이 철새가 AI의 매개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가능성까지 부인한 것은 아니고 다만 매개체라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