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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대표들 “여당發 정계개편은 대국민사기극… 실패할 것”

입력 | 2006-11-21 15:06:00


12월로 점쳐지는 ‘여당發 정계개편’을 목전에 두고 정치권은 갖가지 시나리오와 루머에 휩싸여 홍역을 앓고 있다.

‘3金의 귀환, 이회창 정계복귀, 노무현 대통령 탈당, 고건신당=민주+국민중심당+고건세력, 여당 재건 후 XXX 의원의 차기 총리설’ 등 확인되지 않은 온갖 루머들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국민들은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치권 주변 얘기들로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동아닷컴은 이런저런 얘기들을 정치권 주변에서 모으지 않고 각 정당의 핵심인 대표들에게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곧바로 5당 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3일 국민중심당 신국환 대표최고의원을 시작으로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를 17일까지 차례로 만났다.

야당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12월 여당發 정계개편’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결과에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들은 “그저 정권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당의 이름을 바꾸고 해쳐 모여 하는 식의 정계개편은 대국민사기극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 정계개편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여당發 정계개편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하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이번 정계개편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여당은 입을 다물었다.

열린우리당의 김근태 의장측은 동아닷컴의 거듭되는 인터뷰 요청에 “당의 입장이 말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뷰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고사했다. 또 “김 의장이 북한에 갔을 때 춤 관련 기사가 너무 심하지 않았느냐, 특정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기 싫다”며 억지 시비를 걸기도 했다. 그래도 여당 대표를 빼놓을 수 없기에 거듭 요청했지만 마지막에는 “안 한다고 했는데 왜 자꾸 그러느냐”며 버럭 짜증을 냈다.

이런 측근들의 반응에서 여당의 현재 상황과 김 의장의 입장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이라도 내년도 예산안 심의만 끝나면 당은 사라질 것이다. 해체는 시간문제다”라는 한 여당 중진의원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여당 대표라는 공식직함을 갖고 여당發 정계개편에 대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했다. 한 의원은 “여당에는 지도부가 없고 139명의 국회의원만 있을 뿐”이라고도 했다. 여당의 상황이 이러할진대 인터뷰를 거듭 요청하는 것은 김 의장에게 심적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결국 김 의장은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여당, 대국민사기극인 정계개편 당장 중단하라”

야당 대표들은 ‘여당發 정계개편’에 대해 일제히 “대국민사기극”이라며 “정권 창출을 위해 꼼수를 부리지 말고 열린우리당 그 자체로 국민에게 냉엄한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강재섭, 한화갑, 신국환 대표는 이구동성으로 “열린우리당은 당의 얼굴이나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며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후보를 내서 그동안의 모든 과오를 국민에게 심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현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지역 연합 같은 꼼수에 집착해 ‘호남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념ㆍ정책 같은 건 도외시하고 완전히 과거로 회귀해 오로지 세 불리는 데만 급급하다”고 질타했다.

“열린우리당이 망한 건 사필귀정”

그들은 ‘100년 정당’을 표방하며 창당한 여당이 3년여 만에 해체 위기에 놓은 것을 두고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계속 편을 갈라서 싸움 붙이고, 부동산 실패하고, 코드인사에 ‘배 째라’ 인사까지…. 백성들이 하루도 편할 날이 없고, 전부 춥고 배고프다”며 “하물며 ‘잘못했다’는 인식조차 안 한고 계속 잘했다는 말을 쏟아내며 국민들 약만 올리니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와 신 대표는 “여당은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을 대립ㆍ반목만 시켰지 통합ㆍ화합ㆍ단결시킨 게 하나도 없다”고 했고, 문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기 같은 개혁세력들의 요구를 저버리고 개혁정책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건, 창당은 자유지만 성공은 글쎄…”

야당 대표들은 ‘고건 신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강 대표는 “정치철학보다는 ‘대목장이 섰으니 이참에 나도 한번 장사해보자’는 심보로 ‘내 밑으로 와라’는 식으로 돼가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문 대표와 신 대표는 “여기저기 사람을 모아서 짜깁기하는 ‘고건 신당’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대표는 강한 어조로 ‘고건 신당’을 비판했다. 그는 “지방에서 ‘고건 신당’ 창당을 위해 활동하는 그룹들이 있는데 그들은 지난 지방선거 때 민주당의 공천을 못 받은 사람이거나 과거에 민주당에 몸담았던 당원들”이라며 “그런 인적자원이라면 ‘민주당 2진’일 뿐이기 때문에 ‘고건 신당’이 만들어져도 민주당을 능가하는 조직적인 힘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DJ “정치 행보 아니다” VS “망동·망발 삼가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야 3당이 일제히 DJ의 행보를 맹비난한 데 반해 한 대표는 옹호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인 행보를 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행보는 안 했으면 한다”고 했고, 문 대표는 “정계개편에 개입해 ‘노(老)정치인’의 망동ㆍ망발을 일삼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주변에서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히 정리했으면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신 대표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정치적인 행보는 안 할 것”이라면서 “만약 정치에 개입한다면 하지 말라고 직접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대표는 “전직 대통령의 입장에서 국가의 장래를 위해 ‘정도(正道)’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국가대사에 의견을 표명하는 건 국가지도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고 두둔했다.

한나라 ‘유비무환’, 민주 ‘노심초사’, 국중당 ‘전화위복’, 민노 ‘위풍당당’

‘여당發 정계개편’과 관련한 야당 대표들의 발언과 반응은 한 마디로 ‘표리부동’이었다. 겉으로는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거나 무관심했지만, 내심으로는 여당의 ‘새판짜기’가 당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은 여당 주도의 정계개편보다는 이후 신당이 일으킬 바람을 경계했다. 2002년 ‘겨울바람’에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또 한번 몰아칠지도 모를 ‘겨울바람’을 우려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아니라 민주당 주도로 정치판을 새로 짜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내우외환’에 겹친 민주당으로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당내에서는 정균환 전 의원이 한 대표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 외부로는 DJ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고건 신당’ 또한 민주당의 존립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중심당은 내심 ‘여당發 정계개편’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정계개편을 국민중심당이 전국정당으로 거듭나는 호기로 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당 해체의 기류에 편승해 당 쇄신을 위한 새판 짜기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국민중심당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서울, 경기, 영남, 호남 등지에 조직을 구축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정계개편에서 조금은 벗어나 홀가분한 듯 보인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노당에도 어느 정도 여파가 미칠 것임은 틀림없다. 문 대표는 ‘여당發 정계개편’이 생성해낼 회오리 속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 꿋꿋이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밝혀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