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통합 교과형 논술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고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대상이지요. 비슷한 용어가 서너 개 있습니다. ‘통합 교과형 논술’, ‘통합 교과 논술’, ‘통합형 논술’, ‘통합 논술’ 등. 이런 말들은 같은 내용을 가리킬까요,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질까요? 교통정리부터 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우선 통합 교과형 논술과 통합 교과 논술은 같은 말로 보아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정체를 밝혀야 할 대상이지요. ‘통합형 논술’이란 말은 결과적으로는 통합 교과형 논술과 같은 내용일 수 있지만 다른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통합형 논술은 언어 논술과 수리 논술을 따로 보던 대학들이 여러 이유에서 둘을 ‘합쳐서’ 보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언어 논술만으로도 인문 사회 영역 안에서 통합교과적이었고, 수리 논술만으로도 수학 과학 영역 안에서 통합교과적이었습니다.
통합형 논술의 함축은 이제 통합교과의 폭이 더 커져서 인문 사회 영역과 수리 과학 영역을 다 포괄하는 논술 문제가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문계 논술에서 수리적 사고를 평가하는 요소가 포함되고 자연계 논술에서 인문적 글쓰기를 평가하는 요소가 포함된다는 것이지요. ‘통합 논술’이라는 말은 앞의 말들을 다 포괄해서 두루뭉술하게 지칭하는 말입니다. 학력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뀐 이후에 수능의 통합교과 개념을 반영해서 학원가에서 ‘통합 사회’, ‘통합 과학’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 표현을 논술에 적용한 것입니다. 결국 이 말들은 내용상 모두 통합 교과형 논술이란 개념으로 포괄될 수 있습니다.
통합 교과형 논술에 대한 오해 한 가지부터 풀어봅시다. 통합 교과형 논술이 새로운 종류의 논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말은 특이한 형태의 새로운 논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논술은 원래부터 통합교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논술은 어떤 한 과목에 치우쳐서 그 과목의 지식을 묻는 시험, 즉 특정 교과에 대한 서술형 시험이 아닙니다. 그 점에서 과거의 본고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결국 여러 과목에서 배운 내용을 통합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에 논술은 본질상 통합교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논술시험이 시작되던 초기부터 약간씩 다른 의미가 부여되긴 했지만, 논술에 대해 ‘통합교과적’이란 말을 써 왔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서울대가 통합 교과형 논술을 내세운 것은 새로운 유형을 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원래 논술의 성격이나 취지에 충실한 시험을 시행하겠다는 의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통합 교과형 논술이란 무엇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통합 교과’란 말이 정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널리 쓰고 있는 말들이 아니라 약간 말장난 같지만 세 가지 개념을 의도적으로 구분해 보면 통합 교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혼합 교과’, ‘통합 교과’, ‘융합 교과’라는 세 말을 한번 비교해 봅시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 혼합 교과는 여러 과목이 병렬적으로 결합되는 것을 말하겠지요. 여러 과목의 지식과 내용들이 함께 동원되는 형태를 가리킬 것입니다. 그래서 물리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이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쓴다면 교과들의 물리적 결합에 가까운 것이겠지요.
융합 교과는 무엇일까요? 각 교과의 정체성이 사라져서 하나로 묶이고, 그 결과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더 포괄적인 교과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교과들의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통합 교과는 무엇일까요? 물론 융합 교과와 거의 같은 차원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개념은 혼합 교과와 융합 교과의 중간쯤에 머물고 있습니다. 융합 교과와는 달리 각 교과의 정체성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혼합 교과처럼 그저 병렬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 사이의 칸막이를 헐고 서로 다른 교과 간에 내적으로 소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일단 학습이 교과별로 이루어지긴 하지만, 학습내용은 개별 교과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교과의 벽을 넘나드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한 교과에서 배운 것을 다른 교과에 적용하면서 통합적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국사 시간에 18세기 한국 사회에 대해 배웁니다. 그러나 그것을 국사로 끝내지 말고, 국어 시간에 18세기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하여 배울 때 국사에서 배운 것을 활용하고 적용해서 스스로 이해해 보려고 할 때, 통합 교과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통합은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해야 하며, 교육은 그런 통합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통합 교과적 접근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의 배양을 교육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곧바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얻은 지식과 정보를 통합해서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판적-창의적 사고력이 필요하고, 그래서 통합 교과형 논술은 사고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이미 통합 교과형 논술의 핵심 중 두 가지를 언급한 셈입니다. 첫째,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지식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력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여기에 두 가지 특징을 덧붙이면 통합 교과형 논술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셋째, 사고력 중에서도 특히 창의력을 평가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게 됩니다. 넷째, 사고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 결과 중심 평가보다는 과정 중심 평가를 중요시하게 됩니다. 이렇게 논리적으로 연결된 네 가지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통합교과형 논술의 정체를 밝혀보겠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