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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리서치보고서를 던져버려라’

입력 | 2006-11-18 02:57:00


◇리서치보고서를 던져버려라/앤디 밀리건, 숀 스미스 지음·이현주 옮김/237쪽·1만2000원·위즈덤하우스

지난달 국정 감사장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이 컨설팅 비용을 지나치게 많이 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 야당 의원은 은행장을 향해 “최근 5년간 컨설팅 비용에 198억 원을 쏟아 부었다”면서 과다한 지출이 아니냐고 따졌다. 이 은행뿐만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에 나선 은행과 기업들은 대부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컨설팅을 받았다.

덕분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은 호황을 누렸고 국내 토종 컨설팅회사도 많이 생겨났다. 구조조정 대상인 내부 직원들에게 제대로 된 구조조정 방안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 리서치 결과나 컨설팅보고서를 토대로 경영전략을 짜거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경영인이 많아지기도 했다. 이제 리서치와 컨설팅이 기업 경영의 필수 과정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그러나 리서치나 컨설팅보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 그 폐해도 나타났다. 컨설팅보고서에만 의존하는 경영인들이 굳이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고객과의 만남이 사라진 결과 많은 대기업에서 비전, 리더십, 열정은 사라지고 단기적인 사고와 분석, 리서치가 대신 자리를 차지한다. 이런 조직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도전적인 제목을 단 이 책의 원제는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실행하라(SEE, FEEL, THINK, DO)’이다. 경영인들에게 고객과의 접촉을 회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고객을 만나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인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고객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들이 리서치나 컨설팅을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다. 저자의 직장이 바로 컨설팅회사다. 다만 리서치와 컨설팅의 역할이나 기능을 잘 알고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리서치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를 참조한 행동이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고객을 접촉하라는 것은 비단 기업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도 현장을 외면하고 리서치보고서에만 의존할 경우에는 실패하게 된다. 노무현 정부 들어 거듭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도 정책 책임자들이 현장에 가서 느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부동산 시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국민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겸손하게 파악하기보다는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데 급급했던 탓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에서 경영인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인과 관료들은 ‘현장이 최고 스승’이라는 금언을 새겨두어야겠다.

박영균 편집 부국장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