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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승규 김종빈 허준영 ‘밀어내기’ 공통 코드

입력 | 2006-11-01 03:02:00


노무현 정부 들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정보기관의 수장들이 시국(時局)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권과 마찰을 빚다 잇따라 옷을 벗었거나 벗기 직전이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으로 물러났다.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한 국보법을 엄격히 적용해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하려다가 정권의 ‘코드’를 대표하는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과의 알력으로 사퇴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쌀 시장 개방 반대 시위를 하다 숨진 농민 문제로 그만뒀다. 폭력시위 과정에서 진압 경찰관들이 시위대의 죽봉에 여럿 상하고 다쳤지만 ‘과잉 진압’의 책임을 뒤집어썼다.

‘386 간첩단’ 사건을 수사 중인 김승규 국정원장도 사의(辭意)가 받아들여진 상태다. 김 원장의 측근은 어제 “말로만 사의 표명이지 타의에 의한 사퇴”라고 밝혔다. 수사에 반발하는 386 운동권 출신들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압력 때문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간첩 잡는 게 본분인 국정원장에게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라’고 독려해도 시원찮을 판에 사의까지 표명하도록 상황을 몰아갔으니 간첩 수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직분에 충실해도 ‘코드’에 맞지 않으면 밀어내는 게 이 정권이다.

청와대와 여권의 ‘김 원장 때리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사건 자체와 관련이 없는 김 원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트집 잡는가 하면, 간첩단 사건 자체를 부정하려 들기도 한다. 일부 여당 의원은 “북한 사람 몇 명 만난 것을 간첩단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들에겐 이번 사건이 기획된 ‘신(新)공안사건’에 불과하다.

김 원장 등은 자유민주주의 헌정(憲政)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선에서 공권력을 집행해 온 책임자들이다. 이들이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난다면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코드 우선’의 정부 아래서 누가 공권력을 두렵게 알고 법을 지키려 하겠는가.

이 정권 들어 불법 폭력시위가 하루도 그칠 날 없이 벌어지고 북한 노동당 대남사업부의 지령을 받는 간첩들이 정당의 간부로, 벤처사업가로 우리 사회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불법을 다스리고, 간첩도 잡자는 사람을 향해 정권이 매를 들이대니 그럴 만도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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