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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카다피의 노트북 실험, 金의 핵 실험

입력 | 2006-10-18 03:00:00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리비아 어린이들은 대당 100달러(약 9만5000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무료로 지급받게 된다. 각 학교엔 서버와 위성인터넷 서비스도 제공될 예정이다. 리비아 정부는 미국의 민간단체 ‘모든 어린이에게 노트북을(OLPC·One Laptop Per Child)’과 손잡고 120만 대의 노트북을 싸게 공급받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리비아는 모든 취학 어린이가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꿈에 부풀었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보다도 앞서는 리비아의 교육용 컴퓨터 환경 구축은 핵개발을 포기한 국가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선물’이다. 리비아는 카다피의 반미 노선과 각종 테러 사건으로 인해 1986년부터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았다. 카다피는 처음엔 버텼지만 민생이 휘청거리자 2003년 12월 핵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전격 선언하고, 서방과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이에 호응해 미국은 올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양국 관계를 26년 만에 정상화했다.

카다피는 작년 1월 “북한도 리비아가 한 것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북은 ‘리비아식 모델’을 거부하고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을 잇달아 감행했다. 그 결과 북에 돌아간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뿐이다. 이미 ‘슈퍼노트’(정교한 위조 달러) 등 위폐 문제로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까지 받게 됐으니 북 주민들이 리비아의 노트북 소식을 전해 듣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북의 혈맹인 중국도 대북(對北) 송금 금지, 국경에서의 검색 강화 등으로 안보리 제재에 서둘러 동참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북 주민은 식량과 에너지 부족으로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할 형편이다.

주민 사정이 이렇게 처절한데도 북 정권은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북 외무성은 어제 “그 누구든 안보리 결의를 내들고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침해하려 든다면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당랑거철(螳螂拒轍·수레바퀴에 맞서는 사마귀)을 연상시키는 무모함이다.

북이 끝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강제로라도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어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과 관련해 “한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한 뜻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공짜로 편승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든다면 북과 함께 고립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