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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보수'는 무엇을 의미하나?

입력 | 2006-09-04 18:08:00


이상돈 중앙대학교 법대 교수는 4일 “한국 보수운동의 어려움은 노무현 정권 이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실현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시대흐름을 바로보기 위한 토론회’에서 “보수 세력은 노무현 정권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어떤 이념과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수는 남북통일, 빈부차이 없는 사회 내세우는 황당한 주장 경계해야”

그는 발제를 통해 “1980년대 친북좌파세력이 대학과 급진적 노동계에 보이지 않게 세력을 넓히고 자신들을 민주화 세력이라고 불렀다”며 “김대중 정권에서는 전교조가 합법화 되었고, 자신을 좌파라고 지칭하는 교수들이 등장했다. 불과 10년 만에 한국 사회의 주도권은 진보좌파로 넘어 가게 되었고”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과 윤리에 흠집이 난 보수세력은 변방으로 물러나게 됐고 한국 사회에서 ‘보수’는 더럽고 부패한 것으로 매도된 것이고, 어느 누구도 자기가 ´보수´라고 하면서 나서지 않았다”며 “그런 결과로 한국에는 진보좌파와 양비론을 펴는 중도세력만 존재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서 보수가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폭력과 계급투쟁을 주창하는 공산주의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보수주의가 ‘열린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열린사회’ 그 자체를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악(惡)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0세기의 거악인 공산주의가 소련과 동유럽에선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는 그것이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라는 엄연한 위험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한다”며 “보수는 ‘반공’을 폄하하는 어떠한 세력도 단호하게 배척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걸핏하면 남북통일을 ‘꿈’으로 그리거나, ‘빈부차이가 없는 살맛나는 사회’ ‘온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 등을 건설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경계해야 된다”며 “막연한 유토피아를 내세우는 사회주의는 결국에 인간의 자유를 말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에선 보수주의가 실종돼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출산율 문제를 언급하며 “보수는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가정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고 본다”며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육아수당을 지급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되는 것으로 보는 사회주의적 발상을 단호하게 배척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수는 ‘다양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사회의 정체성 파괴를 경계한다”며 “동성애자를 차별해서는 아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성애를 마치 정상적 인간관계의 한 형태로 보아야 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는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낙태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사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진보주의의 위선을 배척한다”며 “낙태로 없어지는 생명은 무고한 것인데 비해 사형선고를 받은 자들은 남의 생명을 해한 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반북-반김-반노 운동은 있지만 보수주의가 존재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한국에선 보수주의가 실종되어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1997년과 2002년에 내세운 대선공약을 보면 대북정책과 그린벨트 및 수도 이전 문제를 빼고는 김대중 노무현 후보 측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며 “지금 한나라당은 대북정책을 두고도 정확한 입장이 없으니 보수정당으로 부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