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거의 동일한 미사일을 상정한 미사일방어(MD) 실험을 31일(현지 시간) 실시한다. 그동안 MD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여온 조지 W 부시 행정부로서는 7월 5일 북한의 ICBM인 대포동 2호 시험 발사 이후 조성된 ‘북한 미사일 위협’에서 이 시스템 개발의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31일 실시되는 실험은 그동안 공개된 지상 발사형 MD 실험 개념과 대체로 일치한다. 미사일이 북한에서 직접 발사되지 않고 알래스카에서 발사된다는 것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MD 책임자인 헨리 오버링 공군 소장은 26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사용되는 목표 미사일은 북한이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미사일과 탄두의 크기 및 속도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 공군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가 임박했던 올 6월 MD시스템을 ‘테스트 모드’에서 ‘실전 모드’로 전환한 바 있다.
실험은 알래스카 코디액 섬에서 북한제와 비슷한 미사일을 쏘아 올린 다음 캘리포니아 주 밴던버그 공군기지에서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태평양에 배치된 이지스 함, 알래스카 및 캘리포니아 기지의 레이더, 인공위성이 위치추적을 지원한다.
미 공군은 목표 미사일을 공중에서 실제로 격추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다만 목표 미사일 탐지 능력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고 MD시스템을 만든 보잉사 측은 밝혔다. 오버링 소장은 “올 12월 최종 (4단계) 실험에서 북한 미사일 요격을 보여 주겠다”고 밝혔다.
보잉의 MD 프로그램 팀장인 스콧 팬턴 씨는 “이번 실험은 요격 발사체(kill vehicle)가 목표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지, 목표 미사일의 탄두와 보조 추진장치를 구분할 수 있는지, 또한 지상의 관제 센터와 교신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은 지난해 12월 재개된 MD 실험의 3단계에 해당한다. 미 공군은 1단계로 항공기에서 떨어뜨린 폭탄 요격(지난해 12월), 2단계로 지상 레이더의 미사일 추적 기능 확인(올 2월) 실험을 했다.
한편 해상 발사형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SM3를 탑재한 미 해군의 이지스함 ‘샤일로’함이 29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처음으로 배치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주일미군과 일본이 MD시스템의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미사일(PAC3)도 올해 안에 오키나와(沖승) 현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자위대도 올해부터 PAC3를, 내년부터 SM3를 배치할 계획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