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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출해 드립니다”…헝가리 ‘살아있는 도서관’

입력 | 2006-08-23 03:11:00


도서관이란? 사람들이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만나는 곳.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독일 DPA통신은 9∼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시게트 축제 기간 중 운영된 ‘살아 있는 도서관(Living Library)’을 21일 소개했다. 이 도서관은 책을 빌려 주지 않았다. 그 대신 이용자들이 평소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대출 신청하면 이들을 1시간가량 직접 만날 수 있게 해줘 큰 호응을 얻었다.

예를 들어 방문자가 여성운동가를 만나고 싶다고 신청하면서 “그들은 남성을 혐오할 것 같다”는 편견을 함께 선택하면 ‘대출한’ 인물과 이를 주제로 토론을 벌일 수 있었다.

이 도서관의 ‘베스트셀러’는 4년간의 복역 후 석방돼 지금은 범죄자 재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직 은행강도였다. 그 밖에 여성운동가와 레즈비언, 집시들도 ‘대출 신청’을 많이 받는 계층들.

이 별난 도서관의 최대 장점은 특별한 상대에 대한 편견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한 신나치주의자는 집시를 직접 만나본 뒤 “모든 집시가 나쁜 것은 아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만남이 싸움으로 번진 일은 거의 없었다. 이용자는 반드시 ‘대출한 자료(사람)’를 ‘원 상태’로 반환해야 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대화는 언제든 중단한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가 처음은 아니다. 이 통신은 2000년 덴마크의 한 청년단체가 축제에서 처음으로 이런 도서관을 시험 운영한 것이 ‘살아 있는 도서관’의 시초라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