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제5대 교육위원선거에서 전교조는 참패했나, 안 했나. 이 논쟁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전교조가 보인다.
전교조가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율은 4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됐다. 그래서 당연히 참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전교조는 인정하지 않았다. 4년 전과 달리 사학과 교육관료들이 조직적으로 뭉쳤고, 선거 직전에 있었던 구시대적 색깔논쟁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14명이나 당선시켰으니 선전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한마디로 궁색한 변명이다. 사학과 교육관료들때문에 낙선자가 많았다면 전교조는 사학과 교육관료들이 조직화되지 않았던 4년 전의 승리는 거저 얻은 것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4년 전 전교조는 “개혁적이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고스란히 얹힌 결과”라고 자축했다. 더욱이 어느 단체보다 조직력이 강한 전교조가 사학과 교육관료들의 조직 탓을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색깔논쟁만 해도 그렇다. 전교조는 전교조 부산지부가 북한 역사책을 그대로 베껴 세미나 자료로 쓴 것을 보수언론들이 왜곡 과장해서 보도하는 바람에 고전했다고 주장했다. 왜곡 과장해서 보도했다는 사실도 진실이 아니지만, 이런 식의 변명은 나름대로 판단기준을 갖고 교육위원을 선출한 학교운영위원들을 욕보이는 일이다. 더욱이 4년 전 승리할 때는 “교육위원회 활동에 대한 학교운영위원들의 냉정한 평가의 결과”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사학과 교육관료들이 왜 조직적으로 나서게 됐는지, 학교운영위원들이 왜 전교조에 등을 돌리게 됐는지를 따져 보는 것이 순리다. 전교조는 사학과 교육관료들이 입후보한 것을 교육기득세력의 주제넘은 망동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들이 왜 지지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색깔논쟁을 비판하면서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일탈된 행동이 학부모들에게 얼마만큼 불안감을 안겨 줬는지에 대해서도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전교조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그렇게 잘 내던 성명서 한 장 내지 않았다. 당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의 뜻을 충분히 전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참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싫었다면 기뻐했던 4년 전의 성명서를 그대로 발표해도 좋았을 것이다. “전교조는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후 활동에서 지역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교육위원회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밝힙니다.”
변화를 읽고, 그 변화의 의미를 수용해야 제대로 된 해법도 나온다. 전교조의 참패는 전교조 활동에 불만이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증거다. 안티 전교조 입장을 분명히 한 단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전교조 반대 입장을 표시하는 방법이 예전 전교조가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단체를 만들어 세력화하고, 특정사안에 대해 성명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며,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고소 고발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티 전교조의 활동 근저에는 더는 전교조를 무서워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전교조가 왜 이렇게 됐는지는 말을 하든, 하지 않든 전교조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4년 후 선거에선 더 큰 참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또 다른 변명을 하고 싶지 않다면 솔직하게 참패를 인정하고 활동방법을 바꿔야 한다.
전교조는 1989년 창립선언문 첫머리에서 교직원을 ‘겨레의 교육 성업(聖業)을 수임받은 사람’으로 규정했다. 전교조는 지금도 ‘성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당시만큼 지지를 받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 봐야 한다.
심규선 부국장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