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울산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제5대 시도 교육위원선거가 있었다. 선거를 통해 공직에 봉사할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에 속한다. 교육위원 선거 역시 다른 선거와 다를 바 없다. 교육위원에 당선된 132분께 축하를 드리면서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교육위원의 시대적 과제를 생각해 본다.
지방교육행정 집행자인 교육감의 직무수행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교육위원의 기본 임무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거에 의한 주민대표로서 더욱 중요한 임무는 교육발전을 위한 정책적 사회적 합의 형성에 기여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균형을 위한 통상적 비판과 견제를 넘어서는 의견의 충돌과 갈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긴요한 문제의 해결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다. 그만큼 사회가 정체되는 것이다. 교육부문에서 특히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 심지어 교육위원들이 스스로 하나의 집단이 되어 갈등의 일방 당사자가 되는 일도 있었다. 교육위원은 교육정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합의 형성에 기여한다는 일차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교육위원은 또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 등 자신의 출신 직역을 떠나 전체 교육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현행 선거방식을 통해서는 충분히 대표되지 못한 교육행정의 그늘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유아교육 부문은 교육위원 선거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한다. 이러한 영역에도 균형잡힌 교육적 관심을 지녀야 진정한 주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추천 후보가 대거 낙선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조합 활동에 대한 자기반성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전교조도 이제 합법적 단체로 출범한 지 10년이 가까워 온다. 선거결과에 나타난 주민의 차가운 시선에 단순히 자세를 낮추는 것을 넘어 조합 자체에 내재한 모순과 불합리한 관행을 함께 정리하기를 바란다.
우선 ‘교사’라는 특정 직종만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직종별 조합이면서도 산별노조처럼 행동하는 모순을 버려야 한다. 또 조속히 조직 내 분권화를 도모해야 한다. 단체교섭의 상대방인 교육행정당국이 지방교육자치와 단위학교 자치를 통해 분권화되어 있는 것에 비해 전교조가 본부 중심으로 고도로 집권화된 모습은 시대착오적이다. 전교조가 민노총과 노선을 함께하면서 산별노동조합주의에 잘못 경도되는 바람에 나타난 현상이다.
궁극적으로는 교사단체에 어울리지 않는 ‘노동조합’이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는 것이 좋다. 노동조합 인정에 있어 실질주의를 택하는 선진국에서는 직종단체나 결사들이 이름과 상관없이 노동조합으로 유연하게 활동하는 것과 달리, 등록과 함께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수반하는 우리나라의 노동법제하에서는 노동조합이라는 외투가 초래하는 제약과 비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교육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 바로 이를 가르쳐주며, 이는 일시적 경향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교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가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출에 깊이 관여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선출된 지방교육행정당국과 의무적 단체교섭의 권리를 갖는 문제점을 생각해 보자. 이는 상대방에 대한 선택권(choice)과 교섭권(voice)을 동시에 행사하는 것으로서 바둑에 비유하면 ‘꽃놀이패’를 쥔 형세가 된다. 궁극적으로 교육행정이 교원단체에 의하여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현재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주민직선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험에 의하면 주민직선제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
우리 교육자치는 일반행정자치로부터 과도하게 분리되어 있으면서 기초자치단체 수준에는 교육자치를 실시하지 않는 절름발이 상태이다. 자치도시는 교육자치권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광역시도 단위에서 교육자치와 일반행정자치를 무리하게 묶으려 하지 말고, 여건이 갖추어진 기초단위 도시의 시장에게 교육자치권을 바로 부여하면 지역주민에 가까운 교육자치를 구현하는 효과적 방안이 될 것이다.
정기오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