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환갑을 맞은 국내 최고 전통의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가 29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개막된다. 60년의 역사는 한국 사회를 비춘 또 다른 거울이었다. 야구장 안팎에서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 3회 대회 시구식 美대사가 포수로
1947년 8월 21일 역사적인 1회 대회가 막을 올렸다. 당시 개회식은 국기 게양, 애국가 합창, 개회사, 선수 대표 선서 등의 순서로 진행돼 요즘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1949년 제3회 대회에서는 시구식이 이채를 띠었다. 임병직 야구협회장이 투수로 공을 던지고 존 무초 주한 미국 대사가 포수 마스크를 썼다. 미국 대사가 참가할 만큼 중요한 사회 이슈였다.
1950년대부터는 개회식에 고교 밴드부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해 잔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960년대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축하 비행이 하늘을 수놓을 만큼 성대해졌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에는 사자 마스코트 같은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났고 2001년 55회 대회에서는 인기 그룹 베이비 복스의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 1970, 80년대 방송중계 황금기
고교야구 올드 팬이라면 누구나 라디오 앞에서 귀를 기울이던 추억이 있다. 일찍이 1948년 제2회 대회 결승이 라디오로 실황 중계됐다는 기록이 보인다.
1970년대 들어 TV와 라디오를 합쳐 무려 7개의 방송 매체가 몰린 적도 있었다. 요즘 월드컵 한국 경기에 지상파 TV 3사가 앞 다퉈 동시 중계를 하듯. 30년 가까이 야구 해설을 한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은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황금사자기 인기는 대단했다”며 “하루에 2, 3경기 연속 중계를 하다 보면 화장실 갈 틈도 없었다”고 회고한다. 중계석에 양동이를 갖다 놓고 생리 현상을 해결해야 했다는 것.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야구 중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2년부터는 동아닷컴(www.donga.com)이 동영상 및 문자로 생중계하고 있다.
○ 경기장 인산인해… 암표까지 나돌아
시대를 뛰어넘어 응원단 애창곡은 ‘아리랑 목동’.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낙네∼”로 시작되는 신나는 가락에 응원단과 선수들은 절로 흥이 난다. 열띤 응원에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따로 없었다. 까까머리에 검정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몰려들어 북과 징, 꽹과리를 두드렸다. ‘3-3-7’ 박수에 웃통을 벗거나 교복 윗도리를 활용한 카드섹션이 응원의 주를 이뤘다. 졸업생들은 신문 지상을 통해 모교 숙소 여관을 알아내 격려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경기장은 늘 인산인해였고 암표가 나돌아 경찰이 단속에 나섰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교복 자유화가 도입된 1980년대부터는 응원 문화도 변했다. 최신 히트곡이 애창곡 리스트에 올랐고 남녀공학 학교의 혼성 응원단이 앞장을 섰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늘씬한 몸매의 치어리더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고 응원 막대 같은 도구를 활용한 응원이 주를 이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