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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6·25를 잊은 6·25 “우리 安保아슬아슬하다”

입력 | 2006-06-24 03:12:00


육군 전사자 유해발굴단은 오늘도 6·25전쟁 당시의 격전지를 훑고 다닌다.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장병들의 유해를 한 구라도 더 찾기 위해서다. 원혼(w魂)들을 거둘 때면 몸을 던져 조국을 지킨 그 충정 앞에 숙연해진다고 한다. 그동안 1400여 구의 유해를 수습했지만 더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유해가 13만5000여 구에 달해 갈 길이 멀다.

발굴단이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에서 작업 중이던 그제, 국방장관을 지낸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 안보가 너무 아슬아슬해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전시(戰時)작전권 환수를 그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뭐냐”고 추궁하며 한 말이다. 조 의원은 “우리는 인공위성도, 조기경보체계도 없다”면서 국방장관이 직(職)을 걸고서라도 대통령에게 ‘환수 불가(不可)’를 건의하라고 다그쳤다.

같은 날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는 적어도 일본이 도발하지 못할 정도의 국방력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독도를 경비하는 해양경찰관들 앞에서였다. 대통령이 ‘일본의 무력 도발과 우리의 방어’까지 가정(假定)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적절하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실속도 없이 상대방만 자극하는, 또는 오히려 얕잡아 보일 언행 아닌가.

미국으로부터는 작전권 환수를 서두르고, 일본엔 감정적 언사로 날을 세우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말 한마디 없는 대통령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그래서 “대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순국선열을 되새기고, 유해 한 구라도 더 거두려는 것은 열강의 각축 속에 놓인 우리의 숙명적 처지를 잊지 않음으로써 전쟁의 비극을 더는 겪지 않기 위해서다. 평화를 지키자면 지도자부터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확고한 안보관을 보여야 한다. 6·25전쟁 56돌이라지만 그 상처가 아직도 선연한데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평범한 안보의 요체를 잊고 있는 듯해 정말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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