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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설득시켜야”vs 美 “굴복시켜야”…北미사일 해법차 뚜렷

입력 | 2006-06-21 03:05:00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에 대해 “미사일 발사는 1999년 약속한 발사 유예 방침을 깨는 것이며, (그 같은 약속은) 지난해 베이징(北京) 합의(6자회담 공동성명)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경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6자회담 공동성명 중 ‘6자는 동북아 평화 유지에 노력한다’는 문구를 들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공동성명 파기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 이병덕 일본담당 연구원(부국장급)은 평양을 방문해 취재 중인 일본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 발사는) 6자회담 공동성명 등 어떠한 성명에도 구속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한편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의 연료 주입 여부에 대해 “기술적으로 연료 주입이 완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보위 한나라당 간사인 정형근 의원에 따르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미사일 발사대 주변 지역을 찍은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40개의 연료통이 발견됐으나 이것으론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65t 분량의 연료를 충당할 수 없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분석은 같은데 해법은 달라=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0일 열린우리당 지도부 대책회의에서 ‘북한이 발사를 준비 중인 것이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우주발사체(SLV·Space Launch Vehicle)인지 미사일인지 불확실하며 이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공통된 분석’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 이처럼 똑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면 해법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이란 시리아 쿠바 수단 등 다른 적성국가나 테러단체에까지 ‘미국의 미사일 발사 허용’이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는 것.

반면 한국은 이런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미사일 발사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게 오히려 북한이 유연하게 나올 여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공개적으로 자극할 경우 남북회담이나 교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식 해법의 문제점=북한 미사일 문제가 장기화해 한미가 계속 서로 다른 해법을 고수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미동맹 관계가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 효율을 중시하면서 대화와 설득을 통한 ‘조용한 해법’이 더 낫다고 판단하지만 미국은 효율보다 원칙을 중시해 한국을 상대로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조용한 해법’과 ‘한미동맹의 안정’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것.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예측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도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한미동맹에 무게를 두고 움직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이날 이 장관 등에게 “(북에 대해) 모호한 신호가 보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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