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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메신저]비판이 약

입력 | 2006-06-19 03:03:00


“기자는 참 좋은 직업 같아요. 저도 해 보고 싶네요. 앉아서 비판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어디 있어요.”

17일 독일 하멜른에서 열린 프랑스축구대표팀 공식 기자회견에서 수비수 윌리 사뇰이 한 돌출 발언이다. 사뇰은 프랑스 기자들이 “스위스전에선 형편없었다” “선수들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데” 등 비판적인 질문을 쏟아 내자 이렇게 답했다.

유럽 남미 등 축구 선수단의 인터뷰 자리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기자들은 감독 앞에서 “왜 그 모양이냐”고 질타를 하고 선수들의 아픈 곳도 콕콕 찌른다. 감독과 선수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뜻을 설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인터뷰 문화 덕분인지 팬들은 선수와 감독에게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독일 기자들은 한국전이 끝난 뒤 오토 피스터 토고대표팀 감독에게 “첫 경기를 앞두고 왜 팀을 떠났느냐”며 아픈 곳을 찔렀다. 피스터 감독이 “노 코멘트”라고 하자 다른 기자들은 “그건 배신이 아닌가” “왜 대답을 거부하느냐”며 총공세를 펼쳤다.

세계 최강이라는 브라질에도 예외는 없다.

브라질 기자들은 스위스 전지훈련 기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파헤이라 감독에게 “전지훈련을 놀려고 왔느냐” “선수들에게 긴장감이 없다” “왜 약한 팀하고만 평가전을 하느냐”고 질문했다. 비리 정치인의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파헤이라 감독은 진땀을 흘리며 해명해야 했다.

반면 한국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의 인터뷰는 어떤가.

한국대표팀은 월드컵 기간 중 매일 한두 명의 대상자를 정해 인터뷰 기회를 제공했다. 그나마 훈련이 끝난 뒤 몇 분간 스탠딩으로 뻔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것이 고작이다. 그들의 ‘말씀’에 목마른 기자들은 어설픈 몇 마디 말로 장문의 기사를 만들어 내야 했다.

그나마 박지성 이영표 등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은 최근 믹스트존에서 하는 인터뷰에 적극 응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선수는 여전히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팬들과 접촉하는 채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귀찮은 존재이고 자신의 인터뷰가 언론에 대단한 서비스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선수도 많다.

물론 언론도 좀 더 전문성을 갖춘 뒤 깊이 있고 예리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한 프랑스 기자는 “1998년 월드컵 때 프랑스 언론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당시 에메 자케 감독을 비판했고 ‘레퀴프’지는 나중에 과도한 비판에 대한 사과문까지 실었다”며 “하지만 비판을 통해 팀이 더 튼튼해지고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우리는 믿는다”고 말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프랑스 언론은 로제 르메르 감독에게 훨씬 우호적이었고 찬사를 쏟아 냈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비판하지 않는다면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뮌헨=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