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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투자자에게]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입력 | 2006-06-15 03:00:00

김미옥 기자


《LG생활건강은 국내 2위 화장품 업체이지만 생활용품회사로 더 명성이 높다. ‘엘라스틴 샴푸’ ‘페리오 치약’ ‘세제 슈퍼타이’ 등은 외국계 유명 브랜드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는 제품들이다. 하지만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은 “이런 브랜드는 다른 회사 제품과 차별화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1등의 겸손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차 사장이 이끈 LG생활건강 1년 6개월은 ‘혁신’의 연속이었다. 일이 없어도 야근하기 일쑤이던 직원들에게 정시 퇴근을 시키는 대신 일하는 시간의 노동강도를 높였다. 잘한다고 평가받던 생활용품 분야에 채찍질을 가했고, 화장품 분야는 전략을 다시 세웠다. 2004년 화장품 소비가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되면서 어정쩡한 위치의 LG생활건강은 급속히 위축됐다.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5%에 불과해 1위인 태평양(20%대)은 물론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7∼8%)들에도 밀렸다. 하지만 차 사장은 백화점 점유율을 8%로 끌어올렸고 3만 원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갑절로 높아졌다.》

―생활용품에서 강한데….

“생활용품이 3분의 2, 화장품이 3분의 1이다. 하지만 고급 화장품 매출을 늘려 반반 수준으로 만들겠다. 고가화장품은 마진이 30%지만 생활용품은 15%에 불과하다.”

―고급은 가격 뻥튀기의 다른 말 아닌가.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은 소재의 순도, 피부에 닿는 느낌, 잔향이 얼마나 오래 가는가에 따라 고급 여부가 결정된다. 이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다.”

―생활용품으로만 보면 가치주로 인정받아야 할 것 같다. 누구나 쓰는 샴푸, 치약에서 1위니까.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 제품이나 경쟁사 제품이나 거의 같다. 소비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럭셔리 제품’이 있어야 한다. 최근 내놓은 샴푸 ‘비욘드’가 그런 제품이다.”

―비욘드는 엘라스틴 가격의 3배인데….

“사실 예전에는 가격을 정해 놓고 어떤 재료를 선택할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일단 제품부터 만든다. 가격은 그 뒤에 저절로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차별화된 제품을 낼 수 없다.”

―고급화가 화두인 것 같다. 화장품은 그런 점에서 지난해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광고 모델로 유명 연예인을 쓴 효과라서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 ‘비보조 인지도’ 테스트를 했다. 아무 조건 없이 고급화장품을 떠올리라고 한 후 어떤 제품을 떠올리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경쟁사인 태평양의 고급 화장품들은 30∼35%였다. 그러면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0.4∼4.5%에 불과했다. 1년이 지난 요즘은 11%까지 올랐다. 적어도 20% 이상으로 오를 때까지 빅 모델 전략을 유지하겠다.”

―모델효과는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되기 힘든데….

“우리 화장품은 45세 이전 소비자에게 잘 맞는다. 이 연령대 시장에서는 품질을 거의 따라잡았다. 45세 이후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시장에서는 아직 처져 있다. 신제품을 내서 곧 따라잡겠다.”

―전문점 브랜드 관리는 손을 놓았나.

“아니다. 무려 16개나 되던 브랜드를 5개로 정리했고,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각이 안 되는 것뿐이다.”

―해외사업은 오래됐지만 성과는 별로 아닌가.

“해외에 진출한 지 거의 10년이다. 지난해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중국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류 덕분인지 백화점에서 입점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 내년에는 350개 백화점에 들어갈 예정이다.”

○ 애널리스트 평가: 교보증권 이혜린 책임연구원

고급화 전략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문제는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또 마케팅 효과를 지속하려면 품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실적은 긍정적이지만 주가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다. ‘보유’에 6개월 목표주가는 7만1000원.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차석용 사장은…

△1953년생 △1981년 미 뉴욕주립대 회계학과 졸업, 미국 공인회계사(AICPA) △1983년 미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1985년 미 인디애나대 로스쿨 수료 △1985년 미국 P&G 본사 입사 △1994∼96년 필리핀 P&G 이사 △1996∼97년 P&G 아시아 종이제품 총괄 수석 재무담당 전무 △1997∼98년 P&G 아시아 생리대사업부 총괄 본부장 △1998∼99년 쌍용제지 사장 △1999∼2001년 한국 P&G 사장 △2001∼2004년 해태제과 사장 △2005년∼현재 LG생활건강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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