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엔대의 펀드를 운영하며 일본 증권계에 ‘신의 손’으로 군림해 온 무라카미 요시아키(村上世彰·47) 씨가 5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도쿄지검 특수부에 구속되기 몇 시간 전이었다.
당초 내부자거래 혐의를 부인하던 무라카미 씨는 예상을 깨고 혐의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는 회견 도중 “깊이 사죄드린다”며 카메라를 향해 깊숙이 머리를 숙였지만 그의 태도는 시종일관 당당했다.
평소 ‘할 말 하는 주주’를 자처하며 거침없는 언변을 자랑해 온 그는 약 80분에 걸쳐서 격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았다.
첫째는 변명이었다.
라이브도어가 니혼방송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서도 니혼방송 주식을 사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가 아닌 실수라는 취지였다.
정보를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 당시 라이브도어 사장과 간부가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우연히 들어버렸다”는 것이었다.
둘째는 원망이었다.
그는 “내가 단기간에 거액을 벌지 않았으면 미움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돈을 버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반문했다. 또 “열심히 일하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을 칭찬하지 않는 일본은 이상한 나라”라며 “호리에 전 사장처럼 도전하는 사람을 응원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라카미 씨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일본 국민의 반응은 다양했다. 말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 언론들은 이날의 기자회견을 ‘한오치’라고 표현했다. 한오치란 범죄자가 혐의의 일부만 시인한다는 뜻의 경찰 은어. 베스트셀러의 제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주주를 무시하는 일본 기업들의 풍토를 바로잡은 데 기여한 그가 퇴장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과를 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싸늘한 반응이었다.
도쿄지검 간부는 “일반 투자자들을 희생시켜 이득을 얻으려 한 비열한 범죄일 뿐”이라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본인들을 열광시킨 ‘호리에 신화’와 ‘무라카미 신화’는 법을 위반하면 아무리 거창한 경제개혁론이나 천재적인 투자 능력도 파멸을 피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시켜 주며 막을 내리고 있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