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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뉴저지’ 우리도 이런 지자체를 갖고싶다

입력 | 2006-05-31 03:04:00


25일 미국 뉴저지 주 클리프사이드파크에 있는 한 한국 식당.

주미 한국상공회의소(회장 석연호)가 월례 운영위원회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주미 한국상공회의소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들의 모임.

오찬을 겸해 열린 이날 모임에는 뉴저지 주의 버지니아 바우어 상무장관이 초청연사로 참석했다. 참석 인원이 20명이 채 되지 않았고, 행사 성격도 사실상 친목 모임이었다. 그런데도 주 정부 상무장관이 참석한 것이다.

바우어 장관은 이날 ‘뉴저지 주 정부의 한국 상사 지원프로그램과 협력 방안’을 열심히 설명했다. ‘열변’에 가까웠다.

“뉴욕과의 근접성, 항만과 도로 등 잘 갖춰진 인프라…. 뉴저지 주는 한국 회사들이 투자하는 데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핫라인으로 전화 한 통만 주시면 투자에 관한 모든 문제를 원스톱 서비스로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투자 여건이 좋기 때문에 지난해 뉴저지 주는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미국 전체에서 8번째로 많이 했습니다.”

바우어 장관의 뉴저지 주 ‘자랑’은 이어졌다.

“뉴저지 주는 면적으로 따지면 미국에서 작은 주에 불과하지만 경제 규모는 8번째로 큰 주입니다. 나라로 치면 전 세계에서 18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뉴저지 주는 2000년 기준으로 가구 소득 평균이 5만5146달러로 미국 최고의 부자 주. 꼴찌인 웨스트버지니아 주(2만9696달러)의 배에 가깝다.

그런데도 뉴저지 주는 아직도 만족하는 법을 모른다. 특히 기업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상무부는 만사를 제쳐 놓고 신규 투자 유치에 힘을 쏟는 한편 기존 기업들이 뉴저지 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신규 투자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면 주 정부 예산에서 새로 고용하는 인력에 대한 교육 훈련비까지 제공한다.

또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도록 환경국 등 규제 부서는 아예 상무장관 직속으로 배치해 공장 설립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상무장관의 공식 명칭을 아예 ‘최고경영자(CEO) 겸 장관(Secretary)’으로 부르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식 경영이다.

매년 기업들처럼 연례보고서를 내는데 내용 자체가 한 해 동안 유치한 투자 건수 및 액수, 일자리 창출 개수를 명시해 주 정부의 투자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실제로 바우어 상무장관도 대형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출신이다. 기업 투자에 대한 지원 규모도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거친 뒤 결정한다.

뉴저지 주가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는 일자리를 낳고, 일자리는 소득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주지사 선거에서 가장 큰 화두는 언제나 ‘재임 중에 일자리가 얼마나 늘어났나’ 혹은 ‘앞으로 주지사에 당선되면 일자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나’로 모아진다. 보통 미국에서는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해 일자리가 수천 개 늘어나면 주지사 재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미국 최고의 부자 주이면서도 끊임없이 일자리 창출에 다걸기(올인)하는 뉴저지 주는 지방행정의 정수(精髓)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클리프사이드파크(뉴저지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