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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박상태]女超현상, 저출산의 또다른 결과

입력 | 2006-05-29 03:01:00


5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의 합계출산율(15∼49세의 가임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의 수) 1.08에 이어 25일 성비 발표가 또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복 이후 성비(여자 100명당 남자의 수)가 계속 100을 웃돌다가 처음으로 99.5로 역전되었다는 것.

성비는 출생 시 성비와 연령별 사망률의 성별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출생 시 성비는 대체로 103∼108이다. 하지만 출생 이후 사망률은 모든 연령층에서 여자보다 남자가 높아,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비는 낮아진다. 따라서 출생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전체 인구의 성비도 높은 것이 당연하다. 또 사망률이 낮을수록(평균 수명이 높을수록) 여성의 생존확률이 커 성비가 낮아진다. 즉 출생률과 사망률이 큰 전근대사회나 후진국에서는 성비가 높다. 반대로 선진국에서는 성비가 낮다.

우리나라에서 출생 시 성비의 불균형 현상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였다. 자녀수는 감소했지만 남아선호는 여전했다. 여기에 태아 성감별을 통한 선택적 임신중절이 확산되면서 성비 불균형은 1990년대 말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아선호사상의 퇴조 등 국민 의식의 변화와 임신중절에 대한 기준 및 감독 강화 등으로 유아 성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체 성비가 떨어진 주요 이유의 하나다.

하지만 0∼4세의 성비는 108.1로 아직 높은 편이다. 남아선호사상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는데도 여성 인구가 더 많아진 이유는 출산율의 급속한 저하와 고령화에 의한 것이다.

평균수명 70세 이하의 사회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은 인구의 고령화보다는 인구의 소령화(少齡化)를 가져온다. 왜냐 하면 이 단계의 수명연장은 영양 및 보건위생이 좋아져 전통적 질병(전염병, 기생충병, 호흡기 질환 등)에 의한 영유아 및 젊은 연령층 인구의 사망률 감소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의 선진국들과 1990년대까지의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현상은 노년인구 사망률의 감소가 아니라 출산력의 저하에 기인한 부분이 훨씬 컸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70세를 넘을 경우 사망 원인은 전통적 질병보다는 퇴행성 질환(심장, 순환기, 신장질환 및 암 등)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된다. 따라서 평균수명의 연장은 출산율 저하에 더해 고령화에 가일층 박차를 가하게 된다.

남녀 간 역할의 차이는 생물학적 요인보다 각 사회의 고유한 경제, 사회, 문화적 전통과 유형에 의해 결정된 부분이 더 많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 중 여성의 비율은 65세 이상의 경우 60%가 넘고, 75세 이상의 경우 70%를 넘는다. 이 때문에 노인 문제는 전통적인 성차별에 의한 여성의 비합리적인 사회적 지위와 역할 문제와 결합해 ‘노인 여성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독거노인의 빈곤 문제 등 노인 문제에 대응한 정책도 여성에 더 중점을 둔 것이어야 한다.

지금은 전체 성비나 출생 시 성비가 균형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안도할 때가 아니다. 1970년대에 시작돼 장기간에 걸친 출산율 저하는 고령화를 가져왔고, 최근의 수명 연장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또 고령화는 노인인구의 심각한 여초(女超) 현상을 불러 왔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감안할 때 유소년에 대한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급증하는 여성 노인에 대한 일자리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지난해 1.08이었던 낮은 출산율을 대체수준(부부당 2명)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박상태 서강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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