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는 창이라고 불리는 눈. 평소 불편 없이 지내다가도 갑작스레 시야가 흐리거나 깜깜하게 보이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시각정보는 각막을 거쳐 앞방→동공→수정체→유리체를 통과해 망막에 맺히게 된다. 망막에 맺힌 사물은 다시 눈신경을 통해 대뇌의 뒤통수엽(후두엽)에 전달돼야 보인다. 흔히 수정체 유리체나 망막 등에 이상이 생기면 ‘무엇이 둥둥 떠다녀요’ ‘글씨가 희미하게 보여요’ 등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다양한 눈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이는 세상도 다양하다. 증세에 따른 대표적인 눈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커튼이 가려진 듯 -망막박리?
옆에서 커튼이 가려 오는 것 같은 느낌이면서 까만 것이 출렁거린다면 망막박리를 의심할 수 있다. 망막은 상이 맺히는 필름과 같은 곳. 눈에 붙어 있는 망막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망막박리다.
가족력이 있거나 눈이 아주 나쁜 고도근시이거나, 권투 축구경기 싸움 등으로 안구나 머리에 타박상을 입었을 경우 잘 발생한다. 1만 명 중 10명꼴. 레이저를 이용해 망막박리가 더 진행되지 않도록 응급수술을 받아야 된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는 “치료하지 않고 3주 이상 방치하면 눈 속 흉터가 생겨 회복이 힘들게 돼 시력 회복이 더디거나 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이 흐릿하면 -백내장?
수정체가 혼탁된 상태로 백내장에서 흔히 발견된다. 환자는 마치 간유리를 통해 사물을 보는 것 같고, 눈앞에 무엇이 끼어 있는 것처럼 뿌옇게 보여 시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흔히 ‘침침하고 흐리게 보인다’ ‘밝은 곳에 나가면 눈이 부시다(주맹 현상)’ ‘사물이 희미해져 이중 삼중으로 보인다’ 등이 대표적인 표현이다. 안경으로 교정되지 않는다.
순수 백내장은 눈에 통증이나 충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인공 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으면 정상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시야가 좁아져요 -녹내장?
안구 내의 압력 상승과 시신경 혈류 이상으로 사물이 맺히는 망막 내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에서 생긴다. 눈의 앞방은 눈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액체가 가득 차 있어 안압을 형성하는 곳이다. 액체를 배출하는 구멍이 막히면 안압이 상승하는데 이 때문에 시신경이 손상된다.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므로 환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밤에 더 어두워 보이거나 △옆에 사람이 있는 것을 잘 모르고 △계단을 헛디디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그냥 놔두면 대부분 실명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0.5∼4%가 앓고 있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문정일 교수는 “50대 이후엔 발병률이 0.1%씩 올라가기 때문에 50대 이후 건강검진 시에는 반드시 안압 측정과 시신경 검사를 받아 봐야 된다”고 말했다.
물체가 휘어지네 -황반병성?
망막의 가장 중심 부위인 황반부에 문제가 생긴 황반병성 질환이다. 기능이 떨어진 망막세포들이 정상 망막 밑에 침착물로 쌓이면서 뭉쳐서 나타난 것. 황반병성은 60세 이상 인구의 1.7% 정도가 걸리며 최근 3년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에까지 이른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권오웅 교수는 “바둑판 같은 작은 정사각형의 격자를 쳐다보았을 때 중앙 부위가 직선으로 보이지 않고 층이 져 보이거나 끊어져 보인다면 이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진균성 각막염’과 콘택트렌즈 세척액
최근 바슈롬의 콘택트렌즈 세척액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진 ‘진균성 각막염’은 어떤 질환일까.
진균성 각막염이란 상처 입은 각막이 푸사리움균 등 곰팡이균에 의해 감염되거나 면역력이 결핍될 경우 생기며 심할 경우 시력을 잃을 수 있다.
다만 발병률은 높지 않다. 각종 감염성 각막염의 발병비율이 1만 명에 1∼4명이며 이 가운데 진균성 각막염은 6∼20%이다.
이화여대 의대 이대목동병원 안과 이정희 교수는 “대부분의 진균성 각막염은 야외에서 일하다 각막에 손상을 입은 농부에서 발생하며 콘택트렌즈에 의한 감염 빈도는 낮다”고 말했다.
박테리아균에 의한 각막염에 비해 증상이 완만하게 진행되고 주요 증상도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렌즈를 뺀 뒤 지속되는 자극감, 눈 주변 부위의 통증 등 일반 눈 질환과 크게 다르지 않아 방치하기 쉽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감염성 각막염 환자의 대부분은 렌즈를 낀 채 자고 렌즈를 만지기 전 비누로 손을 씻지 않는 등 사용법이 잘못됐다”며 “렌즈를 착용하기 전 전문의에게 눈의 상태를 점검받고 사용에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미국 32개 주에서 106명이 진균성 각막염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바슈롬의 신제품인 ‘리뉴 모이스처락’과 ‘리뉴 멀티플렉스’의 사용자가 각각 59명, 19명이라고 밝혔다.
CDC는 “이들 제품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10%, 40%인 것에 비해 환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을 뿐”이라며 “진균성 각막염의 발병과 특정 제품의 관련성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바슈롬은 지난해 11월 시장에 나온 리뉴 모이스처락에 대해 전 세계에서 판매 중단, 회수 조치를 했다. 국내에서도 고객이 원할 경우 환불 또는 교환해 주고 있다. 국내에서 리뉴 모이스처락의 점유율은 미미하며 리뉴 멀티플렉스는 60%에 이른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