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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1조원 규모 상속]“법대로 승계” 편법논란 잠재우기

입력 | 2006-05-15 03:00:00


신세계가 1조 원대의 세금을 물면서 “떳떳하게 경영권을 승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참여연대가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으로 신세계를 검찰에 고발하고, 이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겹치면서 신세계는 적잖은 부담을 느껴 왔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법대로 승계’를 선언함에 따라 신세계 이명희(李明熙) 회장과 이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鄭在恩) 명예회장 지분의 조기 증여를 통해 장남인 정용진(鄭溶鎭)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영권 승계 작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떳떳한 기업 이미지 지키겠다”

구학서(具學書) 신세계 사장은 “신세계는 윤리경영을 정신적 기반으로 하고, 떳떳한 기업 이미지를 위해 상속 증여세를 낼 준비를 해 왔다”며 깜짝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참여연대와 신세계가 맞고소까지 하며 ‘경영권 편법 대물림 논란’을 법정으로 끌고 가게 된 점을 이번 발표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1998년 4월 광주신세계가 유상증자를 할 때 주당가치는 8만9000원 정도였는데 정용진 부사장은 액면가(5000원)에 참여해 420억 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며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가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대주주 개인이 지분 투자에 참여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기업이 존망의 기로에 섰던 외환위기 당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격이라는 것이다. 현 상황에선 경영 승계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기가 어렵고 세금을 내고 지분을 물려받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2세 승계 본격화할 듯

구 사장은 상속 작업의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도 제시했다. 신세계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올가을부터 보유지분의 3분의 2를 정 부사장에게 증여하고, 3분의 1은 상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147억여 원으로 ㈜신세계 지분 4.9%를 확보했다.

지방세를 포함한 상속 증여세율이 약 50%인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장(15.3%)과 정 명예회장(7.8%) 지분을 정 부사장이 물려받으면서 주식으로 세금을 낸다면 정 부사장 지분은 16∼17%대가 된다(그림 참조).

㈜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사업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16% 지분이면 그룹 회장으로 올라서기에 충분하다. 정 부사장도 간담회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문제는 회장님이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지금처럼) 모든 걸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보고받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경영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표명했다.

○ 경영권 방어에 문제는 없나

경영권의 핵심은 이사회 멤버를 선임할 수 있는 권리다.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필요한 정족수는 ‘전체 주주의 과반수 출석, 출석 주주의 과반수 찬성’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지분 25%가 경영권 방어의 최저요건이다.

따라서 정 부사장이 양도받은 주식으로 세금을 낸다면 그의 지분(16∼17%)은 마음을 놓을 만한 수준은 못된다.

따라서 정 부사장은 지분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신세계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국내 기업 중 오너 지분이 높은 편에 속한다”며 “상속 증여세를 주식으로 내도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상하이=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기업 상속세 줄여줘야”전경련 세제개편 주장▼

이승철(李承哲)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장(상무)은 12일 “기업인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기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배당을 통해 개인 자산으로 유출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처럼 상속세 부담이 너무 크면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은 물론 기업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본부장은 “회사 주식을 100% 갖고 있는 기업인이 30년 동안 1조 원을 벌어들이고 매년 이익을 배당으로 받아 상속할 경우 2세가 물려받는 재산은 3037억 원”이라고 추산했다. 법인세(2693억 원) 종합소득세(1821억 원) 상속세(2449억 원) 등 6963억 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것. 1조 원의 이익을 사내에 유보했다가 주식으로 상속할 경우 2세가 받을 수 있는 재산은 3386억 원. 법인세(2693억 원)와 상속세(3921억 원)를 합쳐 세금부담률은 66.1%라는 것.

이 본부장은 “출자총액제한제 적용을 받는 지주회사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은 평균 22.9%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세를 주식으로 물납(物納)하면 지분은 10.9%까지 떨어진다”며 “현행 세제하에선 상속을 하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하필이면 지금 왜…” 재계 “사회공헌 편승하나”▼

‘지금? 왜?’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갑자기 1조 원가량의 상속·증여세를 내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다소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재계가 대기업의 상속 문제를 놓고 대립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신세계가 ‘돌출 행동’을 보인 데 대한 당혹감도 엿보였다.

일단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신세계는 현재 참여연대와의 법적 소송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전 경영진 2명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자 신세계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金尙祚) 소장 외 2인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놓은 상태.

이런 상황에서 ‘우린 다른 그룹과 달리 떳떳이 승계한다’는 모습을 내세워 다른 대기업과 차별화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자는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참신한 아이디어라고는 보이지 않고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사회공헌 등 일련의 분위기에 편승한 발표라고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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