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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표준’ 세계를 넘본다

입력 | 2006-05-10 03:02:00


일본이 에너지 절약과 환경 기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일본식 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만드는 데 발 벗고 나섰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7월 15∼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에너지 절약정책인 ‘선두주자(Top Runner) 방식’을 채택하도록 각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선두주자 방식이란 전기제품의 에너지 절약 및 자동차 연비 기준을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제품에 맞춰 설정하는 제도다.

일정한 기간에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제조업체나 수입업체는 정부의 행정지도를 받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

일본은 1998년 자동차와 냉장고 등 21개 품목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봤다. 특히 전자계산기와 자기디스크장치는 지난해까지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70%를 넘었다.

선두주자 방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 에너지 절약 분야에 탄탄한 기술 기반을 갖춘 일본 기업들이 경쟁 우위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이와 함께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08년 시행할 예정인 ‘ISO26000’의 제정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주도권을 잡고 있다.

ISO26000은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 이 기준을 따르지 못하는 기업은 국제 상거래를 하거나 인재를 채용할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

ISO가 지금까지 국제회의를 통해 합의한 규격의 목차는 일본 정부의 방안을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에도 일본의 입김이 적지 않게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일본은 1980, 90년대 국제환경규격(ISO14000) 제정 논의에는 뒤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이미 개발해 놓은 기술을 세계 표준에 맞춰 수정하느라 큰 손해를 본 적이 있다. ISO26000 논의에서는 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일본 표준을 국제 표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일본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열심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추진하는 ‘도요타 인사이드(inside)’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요타자동차는 많은 연구개발비와 시간을 들여 힘들게 개발한 가솔린 및 전기엔진 겸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경쟁 회사인 닛산자동차와 미국 포드자동차에 개방하고 있다.

미국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 전략’을 통해 거의 모든 나라의 컴퓨터에 자사 칩을 집어넣은 것처럼 미래의 하이브리드카에는 반드시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가도록 만든다는 게 도요타자동차의 전략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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