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노동당이 9년 전 토니 블레어 당수의 총리 취임 이후 최악의 패배를 기록했다.
총 1만9579명에 이르는 지방의원 가운데 176개 선거구 4360명을 뽑는 4일 지방선거 중간 집계 결과(173개 선거구 개표) 노동당은 288석을 잃고 117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데이비드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은 1711명의 후보가 승리해 278석을 추가했다. 1992년 이후 가장 좋은 지방선거 성적이다. 제2야당인 자유민주당은 25석만을 추가해 871석을 차지했다.
유권자 2300만 명 중 36%가 투표한 이번 선거의 정당별 지지율은 보수당 40%, 자유민주당 27%, 노동당 26%로 나타났다.
영국 언론은 선거 직전 블레어 총리의 정치자금 스캔들, 존 프레스콧 부총리의 섹스 스캔들, 내무부의 외국인 범죄자 관리 소홀 등 악재가 터지면서 노동당의 패배는 이미 예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레어 총리는 5일 국면전환을 위해 찰스 클라크 내무장관을 해임하고 존 리드 국방장관을 신임 내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개각을 전격 단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당 내부에서는 블레어 총리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임하든지, 차기 총리 후보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총리 직을 물려줄 시기를 밝히든지 하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