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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뮤지컬 ‘메리 포핀스’ 英 웨스트엔드 석권

입력 | 2006-04-26 03:00:00


요즘 영국 웨스트엔드를 휩쓸고 있는 뮤지컬은 단연 ‘메리 포핀스’다.

각종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 순위 1위이고 평일 낮 공연도 빈 좌석이 없을 만큼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디즈니가 매킨토시와 손잡고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를 무대 뮤지컬로 제작한 이 작품은 왜 뮤지컬이 ‘꿈과 환상의 무대’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 연출은 지금까지 디즈니의 간판작이었던 ‘라이언 킹’의 무대마저 ‘구식’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는 “메리 포핀스는 뮤지컬이 어떤 내용을 다루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주는 작품”이라며 “현재 수준에서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펼쳐 보였다”고 평했다.

흡사 인형의 집처럼 객석을 향해 트여 있는 세트는 1층에서 2층으로 오가는 배우의 동선을 한눈에 보여줄 뿐 아니라 무대 뒤쪽에서 앞쪽으로 집 전체가 움직인다. 수시로 해체되고 사라지는 이 대형 세트는 뮤지컬 ‘메리 포핀스’가 쉽사리 해외 투어를 나설 수 없음을, 다시 말해 국내에는 가까운 시일 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작비는 900만 파운드(약 160억 원).

작은 손가방에서 옷가방, 침대, 대형 화분, 램프 등이 마술처럼 줄줄이 나오고 엉망진창이던 부엌이 ‘되감기’ 버튼을 누른 듯 순식간에 원상복구되는 등 아기자기한 ‘마술’ 장치 덕분에 2시간 반 내내 관객들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굴뚝 청소부 버트가 영화 ‘매트릭스’처럼 무대 벽을 걸어 올라간 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공중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 압권은 메리 포핀스가 우산을 펼쳐든 채 공중을 날아 유유히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이다. 왼쪽 무대 끝에서 하늘을 날며 나타난 메리 포핀스가 무대를 가로지른 뒤 1층과 2층 객석, 이어서 3층 객석을 지나 천장까지 수직 상승하는 내내 극장은 탄성과 박수로 뒤덮인다.

이 모든 매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메리 포핀스가 외우는 주문이자 이 뮤지컬의 대표곡인 ‘슈퍼캘리프래질리스틱엑스피앨리도시어스(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조어로 특별한 의미 없이 주문처럼 외는 단어)’하다고 할 수밖에!

런던=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