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도 좋지만 ‘자아’부터 깨닫는 여성이 돼야죠?”4집 ‘아임 낫 데드’로 3년 만에 컴백한 가수 핑크. 사진 제공 소니비엠지
사자 한 마리가 앨범 전면에서 으르렁댄다. 사자가 울부짖는 할리우드 영화사 MGM의 로고를 패러디한 재킷. 사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사자 대신 한 여자가 입을 크게 벌린 채 포효하고 있다. ‘암사자’ 핑크(27)다.
2000년 데뷔와 함께 토니 브랙스턴, 브랜디를 이을 흑인 여성 가수로 주목받은 핑크. 3집 ‘트라이 디스’ 이후 3년 만에 새로 낸 앨범 제목 ‘아임 낫 데드’는 “나 아직 건재하거든”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보낸 지 1주일 만에 돌아온 e메일 인터뷰 답변 내용도 평소 그녀의 공연 모습처럼 활기차고 털털하고 솔직하다.
―당신, 한 마리 사자 같아요.
“그래요? 하하.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포효해서 그럴까요?”
―‘아임 낫 데드’라는 제목부터 과격하군요.
“‘깨어남’을 의미해요. 데뷔 7년간 이룬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은 걸 깨달았죠.”
―‘세상엔 멍청한 여성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는 건가요? 앨범의 첫 싱글곡인 ‘스투피드 걸스’도 그렇고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한 뮤직비디오도 냉소적이에요.
“난 로스앤젤레스에 사는데 TV만 켜면 여자들은 유행, 패션 얘기예요.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보다 유행을 좇기 바쁘죠. 자기 주관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여자들, 정말 질색이에요. 하지만 심각한 건 아니에요. 즐겁자고 노래하는 거니까.”
데뷔 앨범 ‘캔트 테이크 미 홈’에서 리듬앤드블루스 가수의 면모를 보였던 그녀는 2집 ‘미스언더스투드’에서 로커로 변신해 5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미국 내)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3년 3집 ‘트라이 디스’는 “부자연스러운 록 음악”이라는 혹평과 함께 상업적으로도 쓴맛을 봤다. 그러나 핑크는 “3집에서 펑크 록 밴드 ‘랜시드’의 리더 팀 암스트롱을 통해 음악적 폭을 넓혔다”고 자평했다.
―이번 음반은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차트 6위에 올랐더군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판한 발라드곡 ‘디어 미스터 프레지던트’, 남성들의 느슨한 성 의식을 비판하는 ‘유+유어 핸드’ 등 재기발랄하면서도 ‘페미니즘’적 요소가 많던데….
“글쎄…여자든 남자든 자신만의 영역은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여자를 얕본다거나 무시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게 참기 어려웠어요.”
―강해지려고 로커가 되려는 건가요?
“아니요, 특별히 강해지려고 애쓴 적은 없어요.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표현할 뿐인데 사람들이 나를 비범하게 보는 것 같아요. 내가 남들보다 강하거나 튀는 부분은 머리 색깔(핑크)밖에 없어요. 하하.”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