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된 수순이 80수 언저리에 불과하지만 최철한 국수는 벌써 피곤하고 지쳐 보인다. 반상은 극도로 좁다. 서로 집짓기 바둑이 되어버린 탓이다. 실리상으로 10집 이상 차이가 난다. 더 절망적인 것은 백이 애써 집을 지으면 그만큼의 흑 집이 생기는 국면이라는 점이다. 결국 대형 사고가 한번 나야 백이 뒤집을 수 있는데 그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흑은 상변만 말끔히 정리하면 승리 테이프를 끊을 수 있다.
검토실은 참고도 흑 1의 마늘모를 예상했다. 백 2로 중앙을 틀어막으려고 해도 흑 5로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이창호 9단은 흑 91, 93을 택했다. 검토실은 좀 복잡한 수순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 9단은 확신하는 눈치다.
흑 95 때 백 96이 좋은 맥점. 흑이 당연히 뒤로 물러설 줄 알았는데 이 9단은 흑 97로 뻗어버린다. 순간 검토실은 “(흑이) 사고 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졌다.
해설=김승준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