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리온스 가드 김승현(28·사진)은 요즘 훈련할 때 자주 벤치 신세를 진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포스트시즌을 맞이했지만 발이 아파 제대로 뛸 수 없어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제대로 할 수 없고 간신히 패턴을 익히고 슈팅 훈련 정도 소화하고 있는 실정.
○ 4강전 발목 부상-집중마크에 부진
장기레이스에서 피로가 누적되면서 3주 전부터 오른쪽 아킬레스건염이 악화된 그는 소염진통제까지 먹어가며 코트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체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동부와의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김승현은 평균 39분을 뛰며 16.3득점, 6.7어시스트, 4.3리바운드를 올렸고 턴오버는 3.7개에 그쳤다.
○ 삼성에 2연패 “한 번은 이겨야죠”
하지만 삼성과의 4강전에선 출전시간이 33분으로 줄었고 10득점, 1.5리바운드, 5.5어시스트로 기록도 뚝 떨어졌다. 반면 턴오버는 6.0개로 치솟았다.
부상으로 발걸음이 무거워졌고 삼성 가드 이정석 이세범의 집중 마크에 막힌 탓. 김승현은 자신의 백업가드였던 박지현의 군 입대로 마땅한 대타가 없어 더욱 힘겹게 경기를 이끌어야 했다. 김승현이 흔들리면서 오리온스는 2연패에 빠졌다.
하지만 김승현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12일 대구에서 열릴 삼성과의 3차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이날도 패하면 오리온스는 3연패로 탈락하기 때문.
“한 번도 못 이기고 시즌을 마감할 수는 없어요. 홈 팬 앞에서 후회 없이 싸울래요.”
김승현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오리온스에선 구단의 사활을 걸고 재계약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그에 대한 다른 구단의 러브 콜이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김승현은 시즌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