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다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노숙인으로 전락했던 K 씨. 두 달 전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참여해 공사현장으로 출퇴근했던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개근하는 성실성을 인정받아 최근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월 급여는 160만 원. 임대주택에 입주해 중학생 아들과 함께 사는 게 꿈이다.
사례#2=외환위기 때 회사도 잃고 가정도 붕괴된 또 다른 K 씨는 올해 초만 해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세상을 원망했다. 그러나 2월 초부터 매일 아침 지하철공사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안정을 되찾았고, 지난달에는 현장소장에게서 모범근로자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받은 월급을 아껴 노숙인 우대통장에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조그만 가게를 차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노숙인을 위한 특별취업 기회를 통해 자활의 꿈을 실현해 가는 노숙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2월(600명)과 3월(500명) 공사현장에 투입된 1100명의 노숙인 가운데 140명(13%)이 노숙인 시설에서 나와 월 100만 원(하루 5만 원·20일 근무 기준) 이상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찾았거나, 시골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을 택했다. 단순일용직과 건설기능직을 비롯해 귀농, 요식업, 자영업 등 진출 분야는 다양하지만 공통점은 ‘노숙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는 것. 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도 벌써 8명에 이른다.
“서울 가면 일자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지방에서 상경하는 노숙인이 생겨나고, 취업을 목적으로 일부러 노숙인을 가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숙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부산시에서 관련 자료를 서울시에 요청해 왔고,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대한 브리핑이 총리실에서 이뤄지기도 했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서울시는 노숙인 취업 지원 사업이 서서히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고 보고 적응에 성공한 노숙인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자활의 보금자리가 될 임대주택 200가구를 겨울이 오기 전에 노숙인에게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공사가 활기를 띠는 봄철이 찾아와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참여 중인 더 많은 노숙인이 사회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