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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아내 치마 잘라 만든 ‘하피첩’ 진위 논란

입력 | 2006-03-29 03:04:00

‘TV쇼 진품명품’이 다음 달 2일 진품이라며 소개할 예정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서문의 일부. 전서체로 쓰인 이 글은 ‘病妻寄폐裙’(병처기폐군·병든 아내가 해진 치마를 보내 왔다)로 시작해 글을 쓴 동기를 보여 준다. 그러나 전서체의 수준이 떨어져 진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KBS 1TV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이 1810년 유배지에서 만든 하피첩(霞피帖)이 약 200년 만에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진품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의문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다산의 문집인 여유당전서에는 하피첩을 만든 경위와 내용이 실려 있으나 그동안 실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KBS 1TV ‘TV쇼 진품명품’은 다음 달 2일 방영분에서 개인사업가 이강석 씨가 의뢰한 다산의 하피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감정가는 1억 원이 매겨졌다.

이 씨는 이를 2년 전 경기 수원시의 한 고물상 할머니에게서 구입했다고 밝혔다.

하피는 조선시대 왕실의 비(妃) 빈(嬪)들이 입던 옷을 말하며, 다산은 전남 강진에 유배돼 있을 때 한양에 있던 부인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보내온 붉은 명주치마를 잘라 가계(家戒·집안의 가르침)를 쓰고 이를 한지에 붙여 3권의 소책자를 만든 뒤 하피첩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를 감정한 서지학자 김영복 씨는 “행서체 글씨가 다산이 평소 간찰(편지)에 쓰던 글씨와 같다. 그리고 다산이 만든 매조도(梅鳥圖·고려대 박물관 소장)의 명주와 하피첩의 명주 재질이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사본을 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원우(미술사학) 교수는 “실물을 보지 못해 단정할 순 없지만 하피첩의 전서체 수준이 매우 떨어져 과연 다산이 아들에게 주는 글을 이렇게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행서도 다산 글씨체와 비슷하긴 하지만 세련미가 떨어져 누군가 흉내 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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