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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우리 음식의 재발견안동 간고등어

입력 | 2006-03-24 03:08:00


“(경북 영덕군) 강구에서 경북 안동 ‘챗거리’ 장터까지 150리가 넘는 길이지. 1960년대까지 소달구지에 ‘고디(고등어)’를 싣고 그 길을 다녔어. 새벽에 출발해 해가 넘어갈 무렵이면 고디 눈도 함께 ‘넘어가’. 이때 ‘거랑(개울가)’에서 소금을 쳤어.”

50여년간 ‘간잽이’(염장 처리하는 사람)로 일해 온 이동삼(66·㈜안동간고등어 공장장) 씨는 “옛날에는 왜 염장 처리가 간고등어의 맛을 제대로 들게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고 말했다.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와 소금이 어울려 간고등어의 제 맛을 내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바다에서 먼 안동에서 생선은 귀했다. 가까운 바다인 영덕군 강구나 울진군 후포에서 생선을 가져오려면 이틀이 걸리기도 했다. 생선을 상하지 않게 하려면 소금 처리가 필수였다. 짭조름한 안동 간고등어는 이렇게 시작됐다.

○자연과 지혜의 산물

유래가 100년 전쯤 되는 안동 간고등어는 요즘으로 치면 획기적인 ‘신상품’이다.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신선한 생선을 맛보기 어려웠던 선인들의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간고등어는 1990년대 후반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는 참살이 바람을 타고 오랫동안 보장할 수 있는 진공 포장법의 개발로 부활했다.

케이블 홈쇼핑 채널에서 간고등어는 ‘밀리언셀러’로 대접받는다. ‘CJ 홈쇼핑’의 판매는 2000년 35만 마리(10억 원)에서 2003년 180만(50억 원), 2005년 400만 마리(120억 원)로 크게 늘었다. CJ홈쇼핑 서상진 MD는 “최근 가격과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상품이 안동 간고등어”라며 “사내 직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제품도 안동 간고등어”라고 말했다.

안동 간고등어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남미로 수출되고 있고 녹차 성분과 황토 염을 이용한 신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 간을 맛으로 바꿔야

고등어의 소금 간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고등어를 잡자마자 즉석에서 배를 따고 간을 하는 것. 이는 ‘뱃자반’이라고 하며 대구에서는 ‘제자리간’이라고도 한다. 포구에 도착해 간을 하거나 소비 지역까지 운반하면서 간을 하기도 한다. 안동 간고등어는 포구와 소비 지역에서 두 차례 간을 했다.

이 씨는 “제대로 된 염장과 숙성 과정이 있어야 ‘간’이 ‘맛’으로 바뀐다”며 “조선시대 옛 맛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소금만 뿌린다고 간고등어가 되는 게 아니다.

‘안동간고등어’사(社)에서는 냉동 상태로 수송된 고등어를 4시간 동안 물속에서 녹인 뒤 내장을 발라내고 습식 염장(濕式 鹽藏)을 한다. 소금물에 2시간 담가 살은 물론 뼛속까지 간이 배어 들도록 하는 것. 이후 마른 소금을 치는 건식(乾式) 염장을 하고 다시 영하 4도의 숙성 창고에서 12∼24시간 둔다.

○‘안동 갑갑이’의 그리운 맛

이경민(33·국민은행 구리지점 과장) 씨의 고향은 안동이다. 그는 19세 때까지 고향에서 먹었던 간고등어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어릴 때 생선은 간고등어밖에 몰랐습니다. 그래서 ‘안동 답답이’ ‘안동 갑갑이’라는 말도 나왔죠(웃음). 약간 짜면서 쫄깃쫄깃한 간고등어 반 토막이면 밥 한 그릇 다 먹었습니다. 가끔 생각나지만 결혼 뒤에는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집에서는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안동 답답이가 떠올리는 것은 간고등어, 바로 고향의 맛이다.

시인 백현국은 시 ‘간 고등어’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온 집안에 비린내 난다/죽어도 안 구워주는 내 여자는/사는 데 아직 간이 안 밴 여자/뼈조차 씹을 수 없는, 가시뿐인 인어(人魚)라네.’

푸드스타일링업체 ‘사계철 만찬’의 박현정(33) 실장은 “고등어는 단백질 지방 칼슘 인 나트륨 칼륨과 비타민 A B D가 풍부하다”며 “무엇보다 쉽게 구할 수 있고 요리도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고등어에는 EPA와 DHA 성분은 고혈압, 당뇨병,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고등어를 이용한 요리에서 중요한 것은 비린내를 없애는 것. 흐르는 물로 소금기를 씻어낸 뒤 맛술이나 레몬즙을 이용해 비린내를 제거해야 한다. 이미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짜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가정에서 간고등어를 만들 때는 등 색깔이 선명하고 탄력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눈은 투명하고 맑은 게 좋다. 일단 내장을 깨끗하게 제거한 뒤 굵은 소금으로 뼛속 깊이 소금기가 배도록 뿌려 준다. 간이 충분하게 배지 않으면 구울 때 살이 부서지기 쉽다.

○ 간고등어 스파게티

요리·스타일링=사계절 만찬·사진=변영욱 기자

▽재료=간고등어 1마리,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 면 100g, 마늘 5개, 올리브 오일 약간, 체리 토마토 5개, 양송이버섯 5개, 잣 약간, 올리브 오일, 소금 약간, 후추 약간

1. 간고등어는 프라이팬에 바싹 구워 준다.

2. 스파게티는 소금과 면, 물을 1 대 10 대 100의 비율로 넣고 10∼12분간 삶아서 찬물에 헹구지 않고 오일로 버무려 둔다.

3. 양송이버섯은 세로로 얇게 썰고, 체리 토마토는 1/4 크기로 자르고, 마늘은 저민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볶다 면과 버섯 등을 넣고 함께 볶아 준다.

5. 소금, 후추로 간을 해 마무리한다.

○ 간고등어 무 조림

▽재료=간고등어 1마리, 무 1/3개, 감자 1개, 양파 1/4개, 대파 1대, 청·홍고추 1개씩, 간장 3큰술, 맛술 3큰술, 물 3큰술, 설탕 1/2 큰술, 다진 마늘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생강즙 약간

1. 간고등어는 세 토막으로 내 깨끗하게 손질한 뒤 맛술을 살짝 뿌려 둔다.

2. 무와 감자는 큼직하게 썰고 양파는 굵게 채 썰어 둔다.

3. 대파와 청·홍고추는 비스듬히 썰어 둔다.

4. 간장, 맛술, 물, 설탕, 다진 마늘, 고춧가루, 생강즙 등 간장 양념의 재료를 잘 섞는다.

5. 냄비에 무와 감자를 깔고 간고등어를 얹은 뒤 준비된 야채와 양념을 올리고 자작해질 때까지 끓여 준다.

○ 간고등어 구이

▽재료=간고등어 1마리, 초간장, 다시마 1장, 간장 2∼3컵, 맛술 1큰술, 레몬즙 1작은술, 고추냉이 약간

1. 다시마 1장을 넣은 간장 2, 3컵에 하루 정도 넣어 둔다.

2. 다시마 맛이 배어 있는 간장 1 큰술에 맛술, 레몬즙을 넣고 초간장을 만든다.

3.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간고등어를 굽는다.

4. 고추냉이는 모양을 잡아 이쑤시개 등으로 살짝 눌러 나뭇잎 모양을 만들어 곁들여 낸다.


○ 간고등어 살 완자 튀김

▽재료=간고등어 1마리, 표고버섯 1개, 청·홍고추 1개씩, 맛술 약간, 레몬즙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생강즙 약간, 다진 대파 1작은술, 튀김가루, 식용유, 망고 퓌레 2큰술, 계핏가루 약간, 청·홍피망 약간

1. 간고등어는 구워서 살을 발라낸다.

2. 표고버섯은 잘게 썰어 둔다.

3. 청·홍고추는 씨를 빼고 다진다.

4. 발라낸 고등어 살과 표고버섯, 청·홍고추에 맛술, 레몬즙, 다진 마늘, 다진 대파 등의 양념을 넣고 잘 섞는다.

5. 생선살을 동그랗게 완자 모양으로 만들어 튀김가루를 묻힌 뒤 180도로 데운 기름에 넣고 튀겨 낸다.

6. 망고 퓌레와 계핏가루, 청·홍피망을 섞어 만든 망고 소스를 곁들여 낸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