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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도시-농촌 초등학교 ‘2色입학식’

입력 | 2006-03-04 06:35:00


▼ 광주 월봉초 ‘237명 북적’▼

학교 정문에는 입학을 축하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붙었다. 강당을 꽉 채운 학부모와 고학년 학생들은 경쾌한 음악 속에 코흘리개 동생들을 위해 박수를 쳤다.

광주 광산구 월봉초등학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학교로 지난해 개교했다. 입학식이 열린 3일 교문에는 큼지막한 환영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학교 한쪽에 신입생 237명의 이름표가 걸려 있는 대형 판넬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자기 이름표를 가리키면 부모가 떼어내 가슴에 꽂아줬다.

강당에 들어서자 6학년 언니오빠들이 박수로 맞아줬다. 100평 규모의 강당은 학생과 학부모로 꽉 들어찼다.

학교 측은 이날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경쾌한 음악이 나오자 연단의 하얀 스크린에 학교 전경과 1학년 담임교사 7명의 이름과 사진이 나왔다.

이어 컴퓨터실, 음악실, 과학실, 도서실 등 학교시설과 학예발표회, 소풍, 방과 후 교육활동이 소개됐다.

학부모 정선영(34·여) 씨는 “세미나나 기업 설명회에서 볼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이 입학식에 등장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2∼5학년 학생들은 교실에 있는 방송시설로 입학식을 지켜봤다.

행사가 끝난 뒤 학부모는 담임교사에게 4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냈다. 자녀의 건강상태와 특기, 습관, 담임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박인화 교장은 “1월 신입생 면접 때 시간이 짧아 학생 개개인의 신상을 파악하기 힘들어 학부모들에게 면담자료를 작성해주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 곡성 오산초 ‘2명 오붓하게’▼

플래카드가 아니라 종이에 신입생 환영 문구를 적어놓은 학교도 있었다. 입학생은 2명 뿐. 조촐했지만 새 식구를 맞는 마음은 따뜻했다.

전남 곡성군 오산면에 있는 오산초등학교는 2일 입학식을 가졌다. 식장인 강당 입구 입간판에 ‘입학을 환영합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입학식 참석자는 60명이 안됐다. 신입생 2명, 재학생 48명. 교사 7명, 신입생 학부모 1명이 자리를 지켰다.

새로 부임한 교사를 소개한 뒤 교장이 훈시를 했다. 재학생을 대표해 6학년 신수현(13) 양이 환영사를 읽었다.

“우리 학교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교실과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실,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운동장이 있습니다. 든든한 언니오빠들이 있어 앞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신입생 김세종 군과 양소윤 양이 단상 앞에 나가 인사하자 학생들이 박수로 축하했다. 지난해에는 11명이 입학했지만 올해는 2명이 입학했다.

오산면 관내 취학대상 아동이 5명이었으나 학부모들은 시설이 좋고 학생수가 많은 인근 면의 초등학교로 보내려고 주민등록을 옮겼다.

교장 뿐 아니라 면장, 농협장이 나서 ‘학생을 보내달라’고 학부모를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세종 군의 부모에게 사정해 입학시켰다.

김판식 교장은 “학생을 다른 학교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로비를 벌여야 하는 게 요즘 농촌학교 현실”이라며 “올해는 동창회와 함께 학생 지키기 운동을 벌일 작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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