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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인디언들 삶의 지혜

입력 | 2006-03-04 03:06:00


◇삶이란 바람소리일 뿐이다/오이예사 지음·박민아 옮김/191쪽·8000원·거송미디어

이 책은 세 살 때 ‘미네소타 대학살’을 지켜보았던 수우족 출신의 아메리칸 인디언이 들려 주는 삶의 지혜다.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멈춰 서서 자신이 달려 온 쪽을 바라보며 뒤처진 영혼이 따라붙기를 기다린다는 인디언들. 자연과 영혼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그들의 이야기는 한편 한편이 우화 같고 시 같은 울림을 준다.

마지막 침상에 누워 있는 ‘까마귀 발’ 추장에게 딸이 물었다. “인생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 있음은 초가을 황혼 무렵 풀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같고, 밤에 날아다니는 불나방의 번쩍임 같고, 한겨울 들소가 내쉬는 숨결 같은 것이며 풀밭 위를 가로질러 달려가 저녁노을 속에 사라져 버리는 작은 그림자 같은 것이다….”

또 어느 인디언 노인은 인간 내면의 싸움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안에는 개 두 마리가 있소. 한 마리는 고약하고 못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착한 놈이오. 못된 놈은 착한 놈에게 늘 싸움을 걸지요. 어떤 개가 이기느냐고? 그야 내가 먹이를 많이 준 놈이지!”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