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론/김태현]날로 확장되는 한미관계

입력 | 2006-03-03 03:06:00


한미 관계를 ‘이혼 안 한 파경 부부’에 비유한 커트 캠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장의 말은, 발언의 전후 사정이 약간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한마디로 ‘부적절’하다. 국가간 관계를 부부니 이혼이니 하고 비유한 발상이 유치하고 동맹의 현주소를 평가하는 기준도 시대착오이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당연하다. 동맹은 두 나라 사이의 이익이 ‘부분적’으로 일치할 경우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이 ‘전적’으로 일치한다면 동맹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이 없다면 동맹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익이 일치하지 않은 부분을 둘러싸고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외교란 그것을 조정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양국의 국가 이익의 내용이 크게 바뀌어 조정할 사안도 매우 많고 커졌다. 그래서 양국은 미래의 동맹을 위한 큰 그림의 협상을 해 왔다. 이제 협상이 거의 마무리될 시점인데 캠벨 국장의 평가가 나왔다. 시기적으로 우습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과 미국은 처음부터 동맹을 하기 어려운 나라였다. 정치 군사 경제적 여건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이 된 것은 양국의 전략적 이익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한국은 한반도 차원에서 냉전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일치된 전략적 이익의 정도에는 불균형이 있었다. 미국의 냉전전략은 적국에 대해 파멸적인 양의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아예 전쟁이 불가능하게 한다는 억제전략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에 연루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은 미국에 꽤나 성가신 것이었다.

그 개연성을 낮추기 위한 전술이 곧 유사시 전면 개입을 담보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으로 주한 미군은 이른바 ‘인계철선’ 기능을 맡고 있다. 수만 명 주한 미군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안보 공약의 대가로 한국이 치른 것은 작전통제권의 이양으로 대표되는 ‘자주’의 희생이었다.

1980년대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끝나면서 한미 간 전략적 이익의 일치에 균열이 생겼다.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끝났지만 한반도의 냉전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균열을 봉합해 준 것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전략적 대미 의존은 더욱 심해졌다. 이는 곧 방위비 분담의 증가, 대북 경수로 지원비용의 부담 등으로 나타났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냉전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와 같은 관계에 변화 요인이 생겼다. 게다가 9·11테러로 미국의 전략적 초점이 크게 바뀌면서 변화의 요인은 배가됐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한국과 미국은 미래의 동맹을 위한 거대한 협상을 벌여 온 것이다. 한국은 자주를 되찾고자 하고, 미국은 연루의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 더 큰 맥락에서 한미 관계를 볼 때가 됐다. 고도로 유동적인 전략적 환경 속에서 미국이라는 든든한 동맹국은 한국의 커다란 자산이다. 유동적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서 한국도 커다란 자산이다. 그뿐이 아니다. 21세기 한미 관계는 전략적 관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으로 확장됐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회적 통합은 국가 정체성, 따라서 국가 안보이익의 핵심이다. 그것은 또 지난 60년 미국 대외 정책의 성공의 상징이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주목할 만하다. 미래 어느 날 한미동맹이 끝난다면 그것은 동맹이 불가능해져서가 아니라 불필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제정치학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