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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행복 찾기]싸워라! 피하면 커지고 말하면 풀리는 법

입력 | 2006-02-27 02:59:00


《당신의 부부는 행복하십니까. 본보 ‘Plus 가정’은 신년 시리즈를 통해 부부의 행복 찾기를 위한 ‘결혼생활 리모델링’을 제안했다. 때마침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다시 당신을 사랑합니다’(갤리온 간)가 출간됐다. 본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부부관계를 잘 살피고 고치고 관리해 다시 사랑하자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인 부부문제 전문가 안미경(48·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연구원) 씨와 배우 송승환(49), 가수 양희은(54) 씨가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안 씨는 송 씨와 양 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에서 금요일마다 청취자들의 부부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안미경=신데렐라의 결혼생활은 어땠을까요? 동화에서는 ‘왕자님과 신데렐라는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끝나잖아요. 하지만 신데렐라도 실제 결혼생활에선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이같이 부부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갈 때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양희은=열등감도 열등감이지만 남편과 아내는 참 다른 것 같아요. 서로 마음을 몰라준다고 불평하지요. 그래서 서로 다투거나 아니면 아예 체념하거나 합니다.

▽송승환=그렇습니다. 아내들은 이상해요. 남편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합니다. 그럼 남편 입장에서는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아내가 끊임없이 질문? … 부담없이 들어달란 얘기”

▽안=아내가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요. 아내는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걱정을 덜어내거든요.

▽송=그래서 저도 집에서 테스트를 해 봤어요. 아내가 뭐라고 하건 무조건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미경 씨에게서 배운 지혜지요. 대신 저도 집에 가서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안=스테디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자들의 이 같은 병을 ‘동굴 칩거’라고 표현하지요. 남자들은 꼭 풀어야 할 숙제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자기 마음속 동굴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내는 남편의 동굴을 모르지요. 그러나 이럴 때 서로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 이것이 부부간에 필요한 노하우지요.

▽송=저는 심신이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 그렇습니다. 20∼30분만이라도 말이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선언했지요. 요즘에는 “나, 동굴” 이렇게 말하면 알아서 안 건드려요.

부부문제 전문가와 배우, 가수가 부부의 행복 찾기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들은 결혼생활은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잘 가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왼쪽부터 부부문제 전문가 안미경, 배우 송승환, 가수 양희은 씨. 홍진환 기자

▽양=저도 일하는 여자니까 가끔 동굴이 필요해요. 멍청하게 가만히 있어요. 남편이 동굴에 있을 때는 저도 안 건드려요. “왜 그러는데?”라고 안 하는 거죠. 남편이 한참 시간이 지나면 얘기해요. 나중에 제가 묻기도 하지요. 언질만 줘도 얘기를 시작하고요.

“혼자 있고 싶어해 수상? … 휴식 필요하니 그냥 두라”

▽송=저는 혼자 있고 싶을 때 거실에서 TV에 집중하거나 방에 들어가 메모를 합니다. 요즘은 멍하니 있거나 반신욕을 합니다. 신기하데요. 옆에서 뭐라고 안 하니 문제에 집중하거나 잠시 그 문제에서 벗어나 쉴 수가 있어요.

▽양=싸우지 않는 부부가 더 위험하다는 말에 동감해요. 싸움 없이 잘 산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어느 날 짐을 싸는 것을 여러 건 봤거든요. 작은 싸움은 부부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요? 작은 싸움을 통해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요.

▽안=말로 하는 대화와 몸으로 하는 대화가 있듯 부부간에는 싸움으로 하는 대화도 있습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가 위험한 것은 싸움을 피하고 자신의 욕망을 접어두면서 마음속에 응어리를 키우기 때문입니다.

▽양=남녀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의 기술을 배우며 서로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익히면 결혼생활이 힘들지는 않을 텐데요. 요즘 우리 부부의 화두는 로맨스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없어 로맨스를 즐길 수 있는데도 잘 안 돼요.

“가슴 설렘 싹 사라졌다? … 둘만의 추억 계속 만들라”

▽안=부부가 신혼을 지나면서 역할 위주로 바뀌고 삭막해져 갑니다. ‘바쁘다 바빠’ 하는 사이 아내와 남편, 부모로서의 역할만 남을 뿐 서로에게서 더는 가슴 뛰는 설렘과 활력을 발견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다못해 붕어빵이라도 사 보세요. 붕어빵을 먹으면서 나눴던 이야기, 서로 둘만 기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보세요. “그때 거기 가 보자”고 해 보세요. 이쪽에서 먼저 로맨스를 만들 작업을 해야 합니다. 옛날 추억이 담긴 티셔츠를 꺼내 보면서 “이것 생각나?”라고 묻는 것도 방법이고요.

▽양=저도 그래요. 문제는 그런 얘기가 안 나오는 것이지요. 마음으로는 원하지만 그 방법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시도해 볼까요? 그것이 조금 더 행복해지는 비밀이겠죠?

▽안=흐르지 않는 모든 것은 변질됩니다.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예요. 늘 로맨스가 흐르게 해야만 가슴 뛰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결혼도 꽃밭을 가꾸듯 가꾸어야 합니다. 부부는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 서로 잘 살펴야 합니다.

▽송=안미경 씨는 늘 나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라고 하잖아요. 정말 그래요. 문제는 나에게 있었어요. 역시 결혼생활은 도를 닦는 일이네요.(일동 웃음)

정리=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안미경(부부문제 전문가) 송승환·양희은(여성시대 진행자)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