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차기 유엔(UN) 사무총장 출마는 당선 여부도 물론 중요하지만 출마선언 자체로도 그 의미가 적지 않다.
국내 인사의 UN 사무총장 출마가 처음이기도 하고 출마 자체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변화를 실감하게 점이 있기 때문이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아시아권의 몫으로 여겨고 있는 일부 국가들은 암묵적으로 한국이 후보를 내야 하며 국제적인 신망이 두터운 반 장관이 적임자라는 의견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보아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은 중견 국가로서 유엔 내에서 미국과 일본, 일부 유럽국가 등 소수의 부국(富國)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다수의 빈국(貧國) 간의 중간 위치에서 이견 조정에 유리하고 패권주의나 일방주의 우려가 없는 공정한 조정자로서 역할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반 장관의 출마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유엔 분담금 11위,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10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유엔의 일원으로서 동티모르 독립과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해 대규모 파병과 무상 원조를 제공한 것도 국제적 인식을 높였다.
반 장관의 출마가 당선으로 이어질 경우 우선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브랜드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 역량의 강화가 기대되고 특정 국가에 편중됐던 외교의 지평이 자연스럽게 다자주의로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현재 UN 상임이사국인 중국 그리고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과 더불어 리더 국가로서 그 지위가 굳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적 여론의 지원을 받아 북한의 변화를 주도해갈 수 있는 분위기도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국내적으로도 국제문제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세계 역사의 주체로 발돋움하게 된 것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과 자신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당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외교 관계자들은 반 장관의 자질과 경륜에 대해 유엔 내부에 좋은 평가가 있고 아시아 후보에 대한 암묵적 지지 분위기로 볼 때 대체적으로 50대 50으로 볼 수 있다는 전언이다.
반 장관은 앞서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수라키앗 사티라타이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의 자얀티 다나팔라 전 유엔 사무차장을 비롯해 비(非) 아시아권을 포함해 7~8명의 경쟁 인물들도 만만치않은 상대들.
특히 미국 등 상임이사국(P-5)의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후보군에서 탈락하고 여기에서도 각 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특정 후보에 대한 찬반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에 '유엔 사무총장에의 길'은 험난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유엔 분담금 납부를 지연하고 있고 빈국 지원을 위한 공공개발원조(ODA)에 인색한 점이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국가별로 ODA 기금을 GNI(국내총수입)의 0.7%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우리나라는 현재 0.06%에 불과하며 지난해 말 현재 1억3000만 달러의 유엔 분담금을 미납한 상태다.
역대 사무총장을 볼 때 분쟁국 출신이 된 적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히려 50년 이상 분단 상황을 잘 관리했고 남북교류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처럼 복잡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UN사무총장 직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대응 논리다.
정부는 그간 해온 대로 조용한 교섭을 통해 반 장관의 역량과 자질을 부각시켜 나감으로써 국제적인 지지의 폭을 꾸준히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