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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위조지폐 둘러싸고 韓美갈등 계속되나

입력 | 2006-01-25 03:11:00


주한 미국대사관은 어제 보도자료를 통해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방한(訪韓) 중 북한의 불법 활동을 포함한 자금세탁, 위조지폐 제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된 자금 흐름을 막기 위해 ‘한국도 실질적 조치를 신속히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본국 정부 관계자들의 활동 결과를 대사관이 나서서 공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내용도 우리 외교통상부의 하루 전 브리핑과 크게 다르다. 그제 외교부는 “글레이저 부차관보가 북한의 돈세탁 창구인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 조치에 대해 설명했다”고만 밝혔다.

한미 간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고 불안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위폐 문제를 될수록 축소하려 한 반면, 미국은 한국 정부의 ‘불성실한 설명’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한 때문은 아닐까. 속사정이 밝혀져야 한다.

양국이 역할을 분담해 미국은 북한을 강하게 몰아치고, 한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설득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위폐 제조를 김정일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개별 기관의 문제로 다루는 선에서 미국 측과 타협을 시도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는 미 대사관의 발표가 있자 정부가 ‘테러자금조달억제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WMD 확산 방지 구상(PSI) 훈련에 참관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데서도 드러난다.

북한 위폐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이미 같은 방향으로 대응책을 정리했다는 얘기도 있고 보면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경위를 밝혀야 한다. 외교부는 뒤늦게 “미 대사관 발표는 지극히 실무적인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위폐 불용(不容)’의 확고한 원칙을 밝히고 긴밀한 한미 공조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설령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온다고 해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