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제철화학 이회림(89) 명예회장이 50여 년 동안 수집해 인천시에 기증했던 각종 고 미술품의 절반가량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는 23일 "이 명예회장이 지난해 6월 기증한 8450점의 문화재 가운데 4873점을 감정한 결과 47%인 2300점이 위작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감정 물품 중 40%인 1925점은 진품이었고, 표구된 회화류 등 483점(10%)은 정밀 감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회장이 2001년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사들였던 겸재 정선(謙齋 鄭敾)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1755년 작)는 진품으로 감정됐다.
또 18세기에 제작된 높이 49.5㎝의 불상 '목조여래좌상'과 조선 후기에 그려진 8폭짜리 병풍 '평양성도'(平壤城圖) 등 5~6점은 보물급으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평가됐다.
위작 2300점은 서화류 462점, 도자기 및 토기 1353점, 공예류 483점, 기타 2점 등으로 분류됐다.
감정에 참가했던 인천시립박물관 윤용구 학예연구실장은 "기증 물품 중 이 회장이 초기에 수집한 금속, 목공예 등의 공예류는 가짜가 많은 편이었고, 회화류는 작자 미상의 작품을 김홍도, 정선 등 유명작가의 작품으로 둔갑시킨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기증한 나머지 3577점에 대한 감정을 계속하기로 했다. 진품은 올해말경 단장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열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다.
위작 중에서도 조선후기 또는 근대에 제작된 작품은 교육용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제철화학 측은 "문화재에 관심이 많던 이 명예회장이 가짜를 사들였을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위작이 너무 많아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박희제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