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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자치단체의 ‘자화자찬 신년사’

입력 | 2006-01-04 09:35:00


새해를 맞아 자치단체들이 연례행사처럼 내놓는 ‘신년사’를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신년사를 참고해 만들었는지 내용이 비슷한 데다 자화자찬을 늘어놓거나 온갖 개발 계획을 잔뜩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지난해 세웠던 중요한 계획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제 주민들에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실행이 잘 안되고 있다면 원인과 대책은 무엇인지 자성(自省)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지난해 이맘 때 대구시와 경북도는 ‘서민 경제 살리기’ ‘청년실업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일자리 4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신년사를 통해 밝혔다. 올해 신년사는 이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공무원 채용과 공공근로 등으로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다소 무책임한 계획을 담고 있다. 지난해 신년사가 제대로 지켜졌다면 올해 신년사에서 이 같은 약속을 다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역 발전의 견인차로 삼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구경북한방산업 육성’은 흐지부지되고 있지만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한마디 언급도 없다.

경북도청 입구에는 농민들이 쌀 수입 개방에 항의하는 표시로 아까운 벼 수백 가마를 몇 달 동안 쌓아두고 있는데도 경북도는 “시장개방에 대응한 경북농업의 희망과 비전을 수립했다”고 신년사에 썼다.

나아가 “민선 10년을 맞아 모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웅도 경북’이 안정된 가운데 21세기를 착실히 준비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도 동의한 부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이런 ‘말잔치’ 대신 자치단체의 살림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신년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