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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硏磨(연마)

입력 | 2006-01-04 03:15:00


겨울방학이다. 겨울방학은 자신의 소질이나 능력을 연마(硏磨)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硏磨’의 뜻을 알아보자.

‘硏(연)’은 원래 ‘돌을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물건’인 ‘벼루’를 뜻한다. ‘벼루’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가를 생각해 보자. 우선 먹을 갈 것이며, 그 뒤에는 갈아 놓은 먹물로 글씨를 쓸 것이다. 글씨를 쓴다는 것은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硏’은 ‘벼루’에 먹을 가는 행위에서 시작하여 ‘갈다, 문지르다’의 뜻이, 먹물로 글을 쓰는 행위에서 ‘공부하다, 연구하다’와 같은 뜻을 생겼다.

‘磨(마)’는 삼을 뜻하는 ‘麻(마)’와 돌을 뜻하는 ‘石(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磨’는 삼을 부드럽게 하기 위하여 돌로 만든 어떤 기구에 삼을 갈거나 찧는 행위를 나타낸다. 돌로 만든 기구는 점점 발달하여 맷돌이나 방아의 돌확이 되었다. 이에 따라 ‘磨’는 맷돌이나 돌확에 삼을 갈거나 찧는 행위를 나타내게 되었다. 이것이 ‘磨’에 ‘갈다, 찧다’라는 뜻이 생기게 된 이유이다. 어떤 물체를 갈거나 찧게 되면 그 물체는 고통을 당하며 닳아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磨’는 또한 ‘고난을 당하다, 닳다, 닳아 없어지다’라는 뜻을 갖게 된다.

위의 뜻을 모으면 ‘硏磨’는 행위의 대상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 공부하고 연구하는 행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에는 물론 일정한 고통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없는 반복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어려움과 반복 없는 ‘硏磨’는 있을 수 없다. 자신의 능력과 소질을 갈고 닦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硏磨’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영어의 ‘grind’에도 ‘갈다, 빻다, 문지르다, 닳게 하다, 시달리게 하다, 힘써서 공부나 일을 하다’와 같은 뜻이 있다. 이를 보면 ‘갈다, 빻다’와 같은 행위에서부터 ‘공부하다’라는 의미가 나오는 것은 동서양이 같은 모양이어서 흥미롭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