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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50년 흥남철수작전 완료

입력 | 2005-12-24 03:06:00


1950년 12월 20일 함경남도 흥남항에 도착해 쌍안경으로 해변을 살피던 미국 국적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7607t)의 레너드 라루 선장은 인산인해를 이룬 피란민들의 모습에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 피란민들이 선창에 떼를 지어 있었다. 그들은 수레로 나르거나, 들거나, 혹은 끌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고 나왔다. 그들의 옆에는 놀란 병아리들처럼 그들의 아이가 있었다.”(빌 길버트 ‘기적의 배’ 중에서)

중공군의 공세에 밀려 철수하는 미군을 뒤따라온 피란민들의 꿈은 어떻게든 배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라루 선장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피란민 승선이 시작된 것은 22일 오후 9시. 다음 날 오전 11시까지 이 배에 탄 피란민은 무려 1만4000명이나 됐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가장 많은 인명을 구조한 배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작전명 ‘크리스마스 카고’인 흥남철수작전은 장진호 일대에서 중공군에게 완전 포위된 미 해병 1사단 1만2000명의 병력을 구출하기 위해 12월 12일 시작됐다. 미 해병 1사단이 궤멸할 경우 동부전선에 투입된 미 10군단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동원된 수송선은 모두 193척으로 미군과 한국군 10만5000명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중공군을 겨냥한 함포 사격과 공중 폭격이 밤낮없이 계속됐다.

문제는 군병력만이 아니라 밀려드는 피란민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였다. 당초 작전계획에는 피란민 수송은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군 지휘부의 강력한 건의로 작전 책임자인 미 10군단장 아먼드 장군이 L-19기를 타고 흥남부두 위를 비행하며 수많은 피란민을 본 뒤 “우리는 이 사람들을 놔두고 갈 수 없다. 모두 구출해야 돼”라고 명령하면서 19일부터 피란민 승선이 시작됐다.

그러나 배가 부족해 1000명이 타도록 설계된 상륙정에 5000명이나 탈 정도였다. 배를 탄 피란민은 모두 9만8100명으로 이들은 거제도로 보내졌다. 이들 피란민의 한(恨)은 몇 달 뒤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로 태어나 오랜 기간 ‘국민가요’ 대접을 받았다.

흥남철수작전은 12월 24일 미 육군 3사단 병력이 마지막으로 배에 오르고 흥남부두를 함포사격 등으로 초토화하면서 끝났다.

김동철 정치전문기자 eastph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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