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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 숨결 서린 수덕여관 시민 힘으로 보존”

입력 | 2005-12-23 03:04:00

동아일보 자료 사진


충남 예산군 수덕사 입구의 수덕여관.

1930년대 말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화가로 한국에 유화를 정착시킨 나혜석(羅蕙錫)과 세계적 화가인 고암 이응로(顧菴 李應魯) 화백 등 수많은 예술인들이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한 여관이다.

특히 이 화백은 1960년대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2년간 옥고를 치른 뒤 이곳에 투숙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여관 뒤뜰에는 이 화백이 그때 새긴 암각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처럼 많은 일화와 유서가 서린 수덕여관은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안을 살펴보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10여 개의 방 대부분이 문살이 부러지고 창호지가 찢어져 성한 곳이 없다. 간혹 청소년들이 탈선 장소로 이용해 담뱃불에 의한 화재 위험까지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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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공동대표 문국현 양병이)는 최근 시민 공모를 통해 수덕여관을 포함해 보전 가치가 있지만 사라질 위기에 있는 자연문화유산 11곳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모두 환경에 대한 무관심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머지않아 제 모습을 잃어버릴 처지에 놓인 소중한 유산들이다.

이 가운데 공모전 대상을 받은 울산 울주군 온산읍 이진리의 타포니(구멍바위) 해안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강암 지역. 타포니와 핵석(돌알바위)이 잘 발달돼 있어 해안 전체가 거대한 자연사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번 시민공모전을 개최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기증과 기부로 보전 가치가 있는 자연문화유산을 확보하고 영구히 보전하려는 시민운동 단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김금호 부장은 “국내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역사가 비교적 짧지만 그동안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고 최순우 선생 옛집, 동강 제장마을을 시민유산으로 확보한 성공 사례가 있다”면서 “정부가 마련 중인 국민신탁법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