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카난(63·사진) 시리아 내무장관이 자살했다고 12일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시리아 관영 SANA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시리아 반체제 인사들과 일부 레바논 정치인들은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피살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카난 장관의 사인을 자살로 단정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리아는 1976년 이후 레바논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막후에서 레바논 정치를 조종해 왔다. 그러나 2월 하리리 전 총리 피살 이후 레바논에서 ‘백향목(柏香木·레바논을 상징하는 나무) 혁명’이 일어나고 자국 군대를 철수하게 되면서 영향력 유지에 부심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난 장관은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을 입에 물고 발사했다고 익명의 한 시리아 관리가 전했다. 발견됐을 때는 바닥에 피를 흥건히 흘린 채 책상에 엎드려 있었으며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숨졌다는 것.
카난 장관은 자살하기 약 2시간 전쯤 ‘보이스 오브 레바논’ 라디오 방송에 성명을 보내 하리리 전 총리 피살사건에 관해 유엔 조사단의 심문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부패한 시리아 관리들에 관해 언급했다는 보도내용은 부인했다. 특히 그는 “이것이 내가 낼 수 있는 마지막 성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난 장관의 자살은 유엔 조사단이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하리리 전 총리 피살사건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불과 며칠 앞두고 벌어져 사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反)시리아 성향인 게브란 투에니 레바논 의회 의원은 “자살일 리가 없다”며 “유엔 보고서 제출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리아 정권이 점점 초조해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시리아 망명자로 ‘시리아 무슬림 형제단’ 지도자인 알리 사드렐디네 알 베얀누니 씨는 “카난은 시리아 정권의 기둥이었다”며 “그의 죽음은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배후인 시리아 정권에 대한 고발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카난 장관은 1982∼2002년 20년간 레바논 주재 시리아군의 정보기관 총책임자로 일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