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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南은 兆단위로 北지원, 北은 납북자가족 위협

입력 | 2005-10-04 03:05:00


국가정보원은 그제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에게 “북한이 당신을 해치려 하니 조심하라”고 알렸다고 한다. 북측이 납북·탈북자 지원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운동가의 신변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같은 날 우리 정부는 남파간첩 장기수 정순택 씨의 시신을 ‘인도적으로’ 북측 유가족에게 인계했다. 상반된 두 사례는 북측이 주장하는 ‘민족끼리’와 노무현 정부가 앞세우는 ‘남북 협력’의 ‘허구적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남파간첩 장기수와 본인 의사에 반해 끌려간 납북자·국군포로는 성격이 판이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 씨의 시신을 보내며 “이번 조치가 인도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납북자 가족모임의 대표를 테러하겠다는 것이 북측의 응수인 셈이다. 최 대표는 “장기수 인권만 있고 납북자 인권은 없다는 것이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는 인권의 범주를 넘어서는 문제다. 대한민국 국민과 자유민주체제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 정부는 북한에 일방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북한에 지원하는 쌀 50만 t, 비료 35만 t에만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다.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액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 1411억 원을 기록했다. 남측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액을 몇 배 능가하는 지원을, 그것도 아무 조건 없이 해 주겠다고 하자 북측은 국제기구의 구호활동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한 북한이 납북자·국군포로 송환협상에 진지하게 응할 리 없다.

급한 것은 최 씨에 대한 보호 대책이다. 국정원은 “최 씨 보호는 경찰 소관”이라고 떠넘기고, 경찰은 “신변 보호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제 나라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당장 북측에 최 대표 테러 위협에 대한 진상을 따지고 최 대표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