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오른쪽)과 김윤규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해 12월 15일 개성공업지구 리빙아트 공장의 첫 제품 생산기념식 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이때만 해도 정부는 물론 현 회장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와 김 부회장, 현대그룹 현정은(玄貞恩) 회장 간 3각 관계가 미묘한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그동안 정부 측 관계자들은 현 회장의 김 부회장 축출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롯한 대북 사업이 난기류에 빠지자 현 회장 측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왔다.
실제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9월 11일 현 회장을 만나 금강산 관광 정상화 문제를 논의했다. 일부 언론은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이 김 부회장의 복귀를 요청한 것 같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다만 정 장관은 “당시 현 회장으로부터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장관급회담 수석대표인 내가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직접 전달할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어떻게 하면 한발씩 양보해서 정부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만나 현 회장의 생각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 회장이 다음 날인 12일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천명해 정부의 중재 여지가 줄어들게 됐다”고 현 회장 쪽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정 장관이 북측 인사들을 만나 중재에 나섰을 때에도 북측은 “금강산 관광 사업은 고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과 정몽헌(鄭夢憲) 회장이 북과 어렵게 개척한 사업으로, 그 과정에서 김 부회장의 공로가 컸다”면서 김 부회장의 대북 사업 복귀를 압박했다.
이 시점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하고 있던 김 부회장은 9월 20일 귀국하면서 “현 회장의 대북 사업을 돕겠지만 곁다리 부회장은 곤란하다. 일할 여건이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표이사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23일 돌연 중국으로 출국해 체류 중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