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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한가위]냉채→갈비찜→화채 “코스로 먹는다”

입력 | 2005-09-16 03:02:00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헨드릭 아이싱(37·오른쪽) 식음료 담당이사와 마이클 알레그라(31) 연회 부장이 포크와 나이프로 김치를 먹는 시늉을 하고 있다. 아이싱 이사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 “불고기나 비빔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한다. 변영욱 기자


《추석 때 빠질 수 없는 화제가 우리 음식이다.

음식을 소재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 음식은 경제 규모에 비해 인지도가 뒤떨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퓨전일식 레스토랑 ‘노부’의 장진아(28) 요리사는 “미국에선 한국 음식이 아직 베트남 음식 정도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현재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곳은 ‘우리들의 이야기’(소망화장품) ‘한쿡’(CJ푸드빌) ‘찹스’(제네시스) 등. 이곳들은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표방하고 있으며 신라호텔에서도 한식 일류화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 시내 특급 호텔과 대형 한식당의 부주방장 등 젊은 요리사들이 모인 ‘한식 조리사 연구회’는 한식 매뉴얼 작성과 디자인 개선 작업에 팔을 걷고 나섰다.

○ 수삼 냉채와 서양의 셀러리가 만나면

국제 행사에서 음식 외교 활동을 펴고 있는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48) 교수는 “바탕은 한식이되 외국인에게 익숙한 재료로 살짝 변형을 준다”고 말한다. 수삼 냉채에 셀러리 같은 서양식 채소를 넣는 방식 등이다. 상차림은 서양식이지만 냅킨을 조각보처럼 만들거나 한국적 분위기의 소품을 활용한다.

이 같은 전략은 뉴욕 ‘노부’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곳 사장 마쓰히사 노부유키는 끓는 기름에 생선을 넣어 살짝 익히는 ‘편법’으로 미국인의 입맛을 먼저 잡았다. 초기에는 “일본 음식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후 뉴요커들은 젓가락으로 스시를 먹는 ‘전통 일식’으로 옮겨왔다.

국내 일부 한식당에서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누리뜰’에서는 전복과 해물을 초무침해 내는 ‘해물샐러드’, 광어포에 해물을 다져 넣어 만두처럼 만든 ‘어(魚)만두’, 닭가슴살을 전통 밀전병으로 싼 ‘닭가슴살 밀쌈’을 세련된 스타일로 담아 낸다. ‘찹스’는 당면 대신 저칼로리 재료인 곤약을 넣은 ‘곤약잡채’, 양상추 위에 연두부와 새우를 얹은 ‘연두부 야채냉채’, 고추장 대신 양념한 장아찌로 맛을 낸 ‘장아찌비빔밥’ 등 건강 식재료를 이용한 이색 메뉴를 낸다.

음식을 제대로 알리려면 식사의 형식도 중요하다. 경기대 외식조리관리학과 나정기(52) 교수는 “음식의 특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글로벌 매너에 코드를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한 상에 모든 음식을 차려 내는 ‘공간 전개형’에서 애피타이저→샐러드→주 요리→디저트 식의 ‘시계열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신라호텔 한식 일류화 태스크포스팀도 시계열형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새 메뉴는 내년에 문을 열 ‘올 데이 다이닝’(가제)에서 선보일 예정. 이 팀의 신준호(41) 과장은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아라카르트(일품요리)’ 중심의 코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식 세계화의 또다른 장벽은 ‘손맛’. 체계화된 레시피보다 사람의 경험에 따라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요리 전문 사이트 ‘쿠켄네트’ 이윤화(39) 팀장은 “해외 진출 레스토랑들은 한결같이 찬모(반찬 만드는 여성)를 못 구해 실패했다”며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식의 매뉴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한식 세계화는 퓨전과 고급화로

미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성공한 한국 식당은 아직 손에 꼽을 정도다. 장진아 요리사는 뉴욕 소호의 우래옥을 성공 사례로 든다. 이곳은 초기 손님의 90%가 현지인이었다. 식전주를 마시는 바를 비롯해 메뉴도 애피타이저, 샐러드, 수프, 주 요리, 후식 등 서양식을 따랐다. 웨이터도 모두 백인 남성으로 고용했다. 이곳에선 육회같이 생소한 메뉴도 잘나간다. 장 요리사는 “다른 아시안 레스토랑의 사례를 보더라도 퓨전 & 하이엔드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한국조리사연구회 회원들은 새로 개발한 한식 레시피와 푸드 디자인을 공유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이재훈(32·‘누리뜰’ 조리실장) 씨는 “세계에 한식을 알리기 위해서는 맛은 물론 포장도 중요하다”며 “‘이달의 베스트 디자인’을 선정하는 등 푸드 스타일링도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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