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金勇澈·47·사시 25회·사진) 변호사가 12일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획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 변호사는 1999년 유출된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자료인 이른바 ‘X파일’ 회수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는 재미교포 박인회(구속기소) 씨가 이 도청 자료를 갖고 삼성 측을 협박할 때 박 씨와 협상을 했었다.
김 변호사는 1996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이후 1997년 삼성 법무팀 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8월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출신의 이종왕(李鍾旺) 변호사가 법무실장으로 부임하기까지 삼성의 법무 업무를 총괄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삼성과 한겨레가 X파일 수사와 보도를 둘러싸고 ‘긴장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김 변호사의 한겨레행은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하는 변호사의 윤리 문제와 관련한 논란도 일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재직할 때는 부사장 급으로 대우하고 떠날 때도 섭섭하지 않게 해줬는데 다소 의아스럽다”며 “김 변호사가 적절하게 처신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13일 개별적인 언론 접촉을 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겨레는 “1개월 전쯤 김 변호사가 한겨레에서 일하고 싶다는 공식 제의를 해 왔다”며 “그분의 인품과 경력, 전문성 등을 판단해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의 잇단 삼성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만약 삼성 관련 기사를 위해 필요했다면 조용히 비공개적으로 취재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하나의 특정 주제를 다루기 위해 간부급 기자를 채용하는 언론사는 없을 것”이라며 “김 변호사 영입과 삼성 관련 기사를 연결시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